SK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과 SK이노베이션 알짜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하 SKTI), SK엔텀을 합친다.
그룹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SK온을 살리기 위한 조치다.
SK온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SKTI, SK엔텀을 흡수 합병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SK온이 존속회사로,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다음 달 27일 열린다.
SK온과 SKTI의 합병 기일은 11월 1일, SK온과 SK엔텀의 합병 기일은 내년 2월 1일로 각각 예정됐다.
이번에 SK온과 합병을 의결한 SKTI는 국내 유일의 원유·석유제품 전문트레이딩 회사로, 지난해 5천74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을 인적분할해 신설된 SK엔텀은 국내 최대 사업용 탱크 터미널로 유류화물의 저장과 입출하 관리가 주 사업분야다.
두 곳 모두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로, 대규모 시설투자(캐펙스·CAPEX) 없이도 연간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는 ‘알짜’ 계열사다.
반면 SK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SK온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5천81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3천3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해 공식 출범한 이후 10개 분기 연속 적자로, 누적 적자 규모는 2조5천억원이 넘는다.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는 SK온은 이번 3사 간의 합병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합병 3사의 매출액 규모만 작년 기준 62조원에 달한다.
합병에 따라 매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개선 효과도 5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SK온은 이번 합병으로 원소재 확보 경쟁력과 사업 지속가능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중대형 배터리 사업 중심이던 SK온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두 회사와의 합병으로 다각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독자 이익 구조를 갖추기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면서 전기차 캐즘 등 단기적 시황 변화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다지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고금리 기조를 감안하면 SK온이 무리하게 외부 자금을 차입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도 알짜 계열사인 SK E&S와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SK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를 토대로 SK온은 개선된 재무 여건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장 증설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각형과 원통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의 기술 역량을 갖추는 데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TI는 리튬, 니켈 등 광물 트레이딩 분야로의 신규 진출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트레이딩 사업에 필요한 저장 역량도 확보하게 됐다. SK엔텀도 저장과 원유 도입 제품 출하 과정에서의 물류 운용 노하우를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SK온의 ‘퀀텀 점프’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SK온이 더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