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률 하락에 재유행…“MMR 백신 2회 접종이 최선의 예방”
미국에서 한때 퇴치된 것으로 선언됐던 홍역이 다시 빠르게 확산되며 35년 만에 가장 심각한 유행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 하락과 백신에 대한 허위정보 확산이 집단면역을 무너뜨린 주요 원인이라며,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7월 2일 현재 미국에서 보고된 홍역 환자는 2,170명으로 최근 35년 사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최근 18개월 동안 누적 환자는 4,459명에 달했으며, 텍사스와 유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여러 주에서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행이 바이러스의 변이 때문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예방접종률이 집단면역 기준인 95%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최근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팻시 스틴치필드 홍역협력체 사무총장은 “홍역이 다시 확산되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강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예방접종 공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홍역은 접종률이 몇 퍼센트만 낮아져도 빠르게 퍼지는 감염병”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000년 홍역의 국내 토착 전파가 중단됐다고 선언했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홍역이 유행하고 있어 해외 유입 감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지역사회 예방접종률이 충분히 유지되면 추가 확산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예방접종이 지연됐고, 백신 불신과 의료 접근성 저하가 겹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접종률이 크게 떨어졌다. 일부 이민자 가정의 경우 신분 노출이나 이민단속에 대한 우려로 병원 방문을 미루면서 자녀들의 정기 예방접종이 늦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공식 통계보다 실제 감염자는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PCR 검사로 확진된 사례만 통계에 포함되는 데다, 가족 내 추가 감염자의 경우 별도 검사를 받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실제 감염자가 공식 집계의 2~4배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홍역은 단순한 발진 질환이 아니다. 바이러스는 코와 목을 통해 침투한 뒤 폐에서 증식하고 혈액을 따라 전신으로 퍼지면서 폐렴과 심한 설사, 탈수, 뇌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시력이나 청력을 잃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며, 환자 1,000명 가운데 약 3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홍역은 감염 후 면역체계의 기억을 일부 손상시키는 ‘면역 기억상실’을 일으켜 회복 후에도 1~2년 동안 다른 감염병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됐다.
성인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 보고된 환자 가운데 20세 이상 성인은 625명으로 전체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5세 미만 어린이와 함께 성인도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입원할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신부 역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신 중 홍역에 감염되면 중증 위험이 높고, 출산 직전 감염될 경우 태아나 신생아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 MMR 백신은 생백신이어서 임신 중에는 접종할 수 없기 때문에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은 미리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미국 의료진 상당수도 실제 홍역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이후 홍역이 사실상 사라졌던 만큼 많은 의료진이 교육 과정에서도 실제 환자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 2회 접종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생후 12개월 이후 권장 일정에 따라 두 차례 접종하면 예방 효과는 약 97%에 달한다.
두 차례 접종 기록이 확인되는 건강한 성인은 별도의 항체검사나 추가 접종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접종 기록이 없거나 불확실한 경우에는 항체검사보다 MMR 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것이 비용과 예방 효과 측면에서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스틴치필드 사무총장은 “해외여행뿐 아니라 미국 내 여행을 할 때도 가족 모두의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홍역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인 만큼 백신 접종이 자신과 지역사회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