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격수’ 자임한 주 검찰총장 출신 해리스
중범죄 유죄평결 트럼프…민주, 대선전략으로 집중할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후 커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가장 강력한 대체 후보로 거론됨에 따라 민주당이 향후 대선에서 ‘검사 대 중범죄자’ 구도를 부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후보로 확정시 미국에서 유색인종 여성으로는 최초로 대통령 후보가 되는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 출신이다.
그는 2004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11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으로 선출된 이력이 있다.
이 같은 검사 경력은 갖가지 범죄 혐의로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비되기에 충분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대선 결과 뒤집기’, ‘기밀문서 유출’, ‘조지아주에서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총 4건의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4개 사건에서 제기된 혐의만 88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에서는 지난 5월 유죄 평결을 받아 ‘중범죄자’라는 꼬리표까지 단 상태다.
민주당으로서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대립 구도를 놓칠 이유가 없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에 낙점됐을 당시에도 트럼프 저격수를 자임한 바 있다.
포문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한참 전에 열었다.
그는 자신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부통령 트럼프’라고 말실수를 한 것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롱하자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는 (둘의) 차이를 안다. 한 명은 검사이고 다른 한명은 중범죄자”라고 맞받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범죄 혐의, 심지어 유죄평결에도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테플론(Teflon·비위에 비판이 통하지 않는 특이체질) 정치인’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돈 때문에 유죄평결을 받은 직후에 훨씬 많은 정치 후원금을 끌어모았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공방을 통해 사법 리스크를 하나씩 털어내고 있기도 하다.
플로리다주 남부법원은 지난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 중 취득한 국방 기밀문서를 퇴임 후 유출해 자택에 불법으로 보관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소송을 기각했다.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 한 혐의와 관련된 소송은 언제 재판이 열릴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은 지난 1일 ‘대통령 재임 기간 이뤄진 공적 행위는 형사 기소로부터 면제받는다’고 결정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면책 특권을 누릴 길을 열어줬다.
트럼프 진영은 형사 기소의 면제를 받는 대통령 공적 행위의 범위를 확대 해석해 기소되거나 수사 중인 사건들을 기각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