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외원조 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해체하기로 하면서 미국의 기부금에 의존하던 유엔 기구들이 사업 축소에 이어 감원까지 추진하고 있다.
17일 유엔 제네바사무소에 따르면 국제이주기구는 최근 제네바에 있는 본부 인력 1천여명 가운데 20% 가까이 감원한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IOM은 이주민과 난민을 위해 인도적 지원 사업을 벌이는 유엔 기구다. 연간 예산의 40% 이상을 미국의 지원에 의존해왔다.
다른 유엔 기구보다 재정 대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사업별 기부를 받아 인도적 사업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기부가 끊기면 곧장 위기에 직면한다.
유엔의 최대 기부국이던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 지원을 대폭 축소하거나 몇몇 유엔 산하 기구에는 탈퇴를 통보했다.
특히 대외원조 기관인 USAID에 대해서는 사실상 해체하는 수순에 들어가면서 이 기관의 원조에 기댄 유엔의 인도적 사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일례로 IOM의 미국 내 난민·이주민 재정착 사업은 USAID의 예산을 집행했으나 중단됐다. IOM은 이 사업에 몸담았던 계약 직원 등 3천명에게 재계약 불능 통보를 한 상태다.
IOM의 재정난은 해외 사업 인력뿐 아니라 제네바 본부 인력마저 감원해야 하는 실정으로 악화한 셈이다.
미국의 원조 축소는 다른 유엔 기구들에도 타격을 줬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11일 “방글라데시와 이라크, 콜롬비아 등 7개국에서 진행됐던 구호 사업이 중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지원금을 대 주던 USAID가 사업에서 빠지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국이 탈퇴를 통보한 이후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본부 직원들의 근로 계약을 1년마다 새로 맺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미국은 WHO의 정규 예산 5분의 1을 책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