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캘리포니아 이어 중간선거 앞둔 하원의석 확보경쟁 가열
트럼프와 경쟁했던 여권 ‘잠룡’ 디샌티스 주지사, 어떤 선택할까
미국 입법부 권력 지형도를 다시 그릴 중간선거를 약 반년 앞두고 연방 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려는 공화당과 이를 탈환하려는 민주당의 ‘게리맨더링’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양당이 의석수가 많은 대형 주(州)인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장군·멍군’을 주고받은 데 이어, 버지니아주에서 민주당이 연방하원 의석을 더 확보하는 선거구 재획정에 성공하자, 이번에는 공화당이 그만큼의 의석을 더 확보하기 위해 플로리다주를 주목하는 형국이다.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유불리가 작용하게끔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미국에서 이에 대한 절차와 규정은 주마다 천차만별이다.
게리맨더링 전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댕긴 ‘레드 스테이트'(Red State·공화당 텃밭) 텍사스주에선 주의회 주도로 공화당이 최대 5석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텍사스주에 할당된 38석 가운데 공화당이 최대 30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자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주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민주당이 최대 5석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전체 52석 중 민주당이 최대 48석을 가져올 수 있게 됐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지난 21일 버지니아주에선 민주당의 의석을 최대 4석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조정된 버지니아주 선거구 재획정안에 대한 주민투표가 가결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버지니아주에 할당된 11석 가운데 최대 10석을 가져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화당에선 ‘맞불’ 성격으로 플로리다주의 게리맨더링을 추진할 태세다. 플로리다는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저택이 있어 정치적 상징성이 작지 않다. 선거구 지도를 그리는 주지사(론 디샌티스)도 공화당 소속이다.
현재 언론 등에서 거론되는 선거구 재획정안이 성사될 경우 공화당은 28석이 할당된 플로리다에서 3∼5석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버지니아에서 민주당에 당한 일격을 상쇄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플로리다의 경우 텍사스와 달리 선거구 재획정을 통한 게리맨더링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3일 “플로리다에선 어떤 선거구 재획정 시도든 정치적·법적 장애물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플로리다 선거구는 이미 디샌티스 주지사 주도로 2022년 중간선거에서 게리맨더링이 이뤄져 공화당 의석이 20석으로 늘어났다. 민주당은 8석이다. 여기서 선거구 지도를 더 비틀 경우 당파적 이익이나 현역 의원에 대한 보호·타격을 금지하고, 선거구가 지리적 경계선을 최대한 지키면서 연속성과 응집성을 갖춰야 한다는 주 헌법·법률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또 선거가 임박한 상태에서 선거구가 재획정될 경우 기존 선거구를 기준으로 활동해 온 공화당 현역 의원 및 출마자들로부터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여론 지형에서 새 선거구가 공화당의 의석수 추가로 이어진다는 보장 또한 없다.
이 때문에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잠룡’으로서 공화당 내의 정치적 압박을 받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그는 내년 1월 임기를 마친 뒤 차기 대권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비서실 출신인 제임스 블레어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CNN 방송에 출연해 “그들(디샌티스 주지사 측)은 플로리다 법과 헌법에 부합하게 지도를 그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다음 주에 그들이 무엇을 할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화·민주당이 하원 선거구를 자당에 유리하게 만들려는 게리맨더링 전쟁은 현재까지 양상으로 보면 ‘제로섬’에 가깝다. 다른 주에서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공화당이 최대 4석, 뉴욕에서 민주당이 최대 4석 더 확보하는 식으로 엎치락뒤치락 경쟁이 벌어져 왔기 때문이다.
양당의 선거구 싸움과 무관하게 중간선거의 큰 판세는 이미 공화당에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저조한 가운데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물가 부담에 기름을 끼얹은 상황이며,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하는 중간선거는 여당이 대부분 패배했다는 역사적 증거가 있다는 점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