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대표팀 이끄는 홍명보…’잘 아는’ K리거 중 누구 뽑을까
팬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의 ‘첫 선택’은 어떤 선수들일까.
홍명보 감독은 2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9월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 참여할 국가대표팀 명단을 발표한다.
홍 감독이 고른 선수들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2경기를 치른다.
9월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10일 오후 11시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오만과 맞붙는다.
2014년 7월 사퇴한 홍 감독이 10여 년 만에 치르는 국가대표 사령탑 복귀 무대다.
홍 감독은 2013년 6월 최강희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쥐었으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지도자 경력 중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당시 최종 명단에 2012 런던 올림픽 멤버 12명을 넣어 ‘의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홍명보호는 조별리그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무 2패로 쓸쓸하게 발길을 돌렸다.
2014년 7월 사퇴할 때까지 1년간 홍 감독은 5승 4무 10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남겼다.
홍 감독에게 이번 9월 A매치 기간은 10년째 ‘승률 26.3%’로 고정돼 있던 자신의 국가대표 사령탑 성적을 바꿀 기회다.
지난달 초 공식 선임된 홍 감독은 21일 코칭스태프 구성을 일단 마쳤다.
대표팀의 전술적인 측면을 보강하기 위해 유럽의 ‘전술통’ 주앙 아로소, 치아구 마이아 코치를 데려오는 데 46일이 걸렸다.
내국인 코치진으로 박건하, 김동진, 김진규 코치를 부른 홍 감독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이제 자신의 축구를 그라운드에서 실현해줄 선수들을 선발한다.
홍 감독은 지휘봉을 쥔 직후 유럽으로 가 손흥민(토트넘), 이재성(마인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국가대표팀 공격, 미드필더, 수비진의 주축 선수들과 직접 만났다.
대표팀의 핵심 전력이자 ‘골격’인 이들 유럽파 선수가 대거 선발될 걸로 전망되는 가운데 홍 감독이 어떻게 국내파 선수진을 꾸릴지 주목된다.
홍 감독은 최근 국가대표팀 사령탑 가운데 K리그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다.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달리 K리그에서 최근까지 경쟁했다.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수년간 울산 HD를 이끌며 K리그1에서 두 차례 우승했다.
울산뿐 아니라 매 라운드 맞붙는 K리그 팀 선수들의 특성과 장단점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전술·전략을 준비하는 게 홍 감독이 수년째 해온 일이다.
조규성(미트윌란)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최전방에는 ‘애제자’ 주민규(울산)의 발탁이 예상된다.
올 시즌 8골 5도움을 터뜨리며 강원FC의 K리그1 선두 질주를 이끄는 고등학생 양민혁이 선발될지도 주목된다.
홍 감독 개인의 명예를 넘어 한국 축구 전체를 봐도 이 두 경기가 중요하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난 2월 경질된 이후 우리나라는 3, 6월 A매치 4경기를 전부 임시 감독 체제로 치렀다.
황선홍,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에서 한국은 3승 1무로 기대만큼의 성적을 냈지만 새로운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을 때마다 전술이 달라졌고, 선수들도 매번 새로 적응해야 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넘어 2027년 1∼2월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임기가 이어지는 홍 감독은 장기적인 철학과 일관된 전술을 한국 축구에 심으라는 임무를 받았다.
A대표팀부터 연령별 대표팀까지 모두 연결되는 이른바 ‘한국축구기술철학'(MIK·Made In Korea)의 중요성을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홍 감독도 ‘복귀전’부터 구상하던 축구를 완성도 있게 선보여 자신에게 비판적인 팬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홍 감독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대표팀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한국 축구의 철학, 방향, 체계를 세밀하게 구축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기”라며 “존중, 대화, 책임, 헌신이라는 키워드로 대표팀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 감독은 9월 2일 선수단을 처음으로 소집해 담금질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