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 6만명 분석…”2명 이하 땐 5명 이상보다 수술치료 확률 60% 낮아”
“환자 적은 지역엔 신경외과醫 분산보다 책임의료기관서 공동 진료 바람직”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혀 뇌 일부가 손상되면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이고, 뇌혈관이 파열돼 뇌 속에 혈액이 고이면서 뇌가 손상되면 ‘뇌출혈’이다.
뇌경색의 골든타임은 증상 발생 후 4.5시간이다. 뇌경색 초급성기 치료 중 첫 번째인 ‘정맥 내 혈전용해제’를 4.5시간 이내에 투약해야 한다는 의미다.
뇌출혈의 경우는 골든타임이 3시간 이내로 뇌경색보다 좀 더 빠르다. 머리를 직접 절개하는 방식의 즉각적인 수술 또는 혈관 내 중재술(수술 대신 가는 관을 넣어 막힌 곳을 뚫어주는 시술)로 출혈과 머리뼈 내 압력을 조절해야만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뇌출혈 환자가 골든타임 내 성공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최대한 빨리 응급실에 도착하는 게 급선무지만, 수술을 맡을 신경외과 의료진이 제때 뒷받침되는지 여부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국내에서는 뇌출혈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고도 신경외과 의사가 없어 긴급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병원이 확보한 신경외과 의사 수에 따라 뇌출혈 환자에 대한 응급 치료 확률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빅데이터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박은철 교수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비 청구 데이터를 이용해 2018년 7월부터 2021년 12월 사이 급성 뇌졸중으로 국내 345개 의료기관에서 처음 입원·치료를 받은 성인 6만66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각 병원의 신경외과 의사 수와 뇌졸중 치료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9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최신호에서 밝혔다.
연구팀은 병원의 신경외과 의사 수를 2명 이하, 3∼4명, 5명 이상으로 나눠 뇌졸중 환자에 대한 수술과 중재술 건수를 살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체 뇌졸중 환자 중 뇌출혈이 1만4천254명, 뇌경색이 4만6천407명이었다. 또 뇌출혈과 뇌경색 환자의 46.2%, 15.8%에서 중재술 치료가 각각 시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주목되는 건 병원의 신경외과 의사 수가 적을수록 뇌졸중 환자에게 수술이나 중재술이 시행될 확률이 낮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신경외과 의사 수가 2명 이하로 적은 병원에서 뇌출혈 환자가 수술 치료를 받은 확률은 신경외과 의사가 5명 이상으로 많은 그룹에 견줘 60% 낮은 것으로 추산했다.
마찬가지로 뇌경색 환자의 경우도 신경외과 의사가 적은 병원에서 중재술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신경외과 의사가 많은 그룹보다 49% 더 낮았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다만 뇌출혈과 뇌경색 환자 치료에 필요한 적정 신경외과 의사 수는 평균적으로 3∼4명 정도가 분기점으로 파악됐다.
뇌출혈의 경우 수술이나 중재술 치료가 제대로 이뤄질 확률이 신경외과 의사 수가 1명일 때는 30% 수준에 그쳤지만 2명은 38%, 3명은 79%, 4명은 109%로 높아졌다.
뇌경색도 1명 60%, 2명 61%, 3명 123%, 4명 113%로 의사 수가 3명 이상이 되면서 치료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신경외과 의사가 3명 이상부터 최대 11명까지인 경우에는 이 같은 통계적인 유의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박은철 교수는 “급성기의 뇌출혈, 뇌경색 환자 모두에게 시행될 수 있는 수술과 방사선 시술, 혈관확장제 투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최소 3명 이상의 신경외과 의사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신경외과 의사가 모자란 지역의 경우 거점 진료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예컨대, 인구가 많지 않아 뇌졸중 응급 환자 발생이 적은 지역의 경우 병원마다 1∼2명의 신경외과 의사를 두기보다는 지역 내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5명 이상의 신경외과 의사가 함께 진료함으로써 주변 지역 환자의 급성기 치료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국내 신경외과 의사가 전공의 수련 기간 중 중도 탈락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뇌졸중 환자의 치료를 위한 적절한 신경외과 의사 공급을 지속해 보장하고 지역별 환자 발생 추이에 따라 의료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