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두들.[세종시문화관광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서 한글 활용 신작 선보여…대형 벽화 작업 라이브 공개
낙서도 멋지고 ‘쿨'(cool)하면 예술이 되는 세상이다.
영국의 팝아티스트 ‘미스터 두들'(Mr Doodle·본명 샘 콕스·31)은 2017년 런던의 한 팝업 스토어에서 마커 펜으로 가게에 낙서하는 영상을 찍었다.
끼적거린다는 뜻의 그의 예명처럼 노트 귀퉁이에 하는 낙서들 같은 그림이지만 10분 분량의 이 동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고 일주일 만에 조회 수 4천600만 회를 기록했다.
이후 1파운드(약 1천900원)에도 팔리지 않던 그의 작품은 100만 달러(약 14억원)에 팔리고, 그는 아디다스, 삼성전자 등과 협업하며 일약 스타 팝아티스트로 떠올랐다.
낙서도 예술로 만드는 미스터 두들이 이번엔 한글과 만났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열리는 ‘2025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에 초대된 두들은 한글을 활용한 신작 ‘꼬불꼬불 글자'(Squiggle Scripts) 등 1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꼬불꼬불 글자는 창호지 위에 ‘두들링’이라 이름 붙인 그의 드로잉 작업을 하면서 ‘연’, ‘몽’ 같은 한음절 한글들을 배치한 작품이다.
31일 서울 장충동 한 호텔에서 만난 두들은 한글은 물론 특정 문자를 활용한 작업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글을 처음 봤을 때 울림이 있는 요소들이 있었다. 선이나 원으로 구성된 디자인이 내 기존 작업과도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업에서 디자인적으로도 마음에 들면서 긍정적이고 복합적인 의미가 있는 한음절 단어들을 골랐다. 예를 들어 줄이라는 의미와 착하다는 뜻이 함께 있는 ‘선’ 같은 글자다. 글자 선택 과정에서는 두들 동생의 한국인 아내가 도와줬다.
두들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한글이 내 작품 세계, 두들랜드에 들어와 체화됐다”며 “앞으로 한글을 사용해야지 생각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작업 중에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창호지를 사용한 것도 한글에 더욱 한국적인 것을 더하기 위해서다. 두들은 “특별한 목적을 갖고 하는 작업이어서 한지를 택했고 여러 실험 끝에 창호지를 골랐다”며 “창호지 특유의 섬유 질감을 살리고 싶어 종이를 뒤집어 물감이 종이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조치원 1972 아트센터의 가로 20m, 세로 4m 크기 외벽에 대형 벽화 프로젝트 ‘HANGOODLE'(한구들)도 진행한다.
영국 외에서 하는 작업 중에는 가장 큰 규모다. 시민 공모로 선정된 25개 한음절 글자를 활용해 스프레이 펜으로 두들링을 한다. 다음 달 2일부터 라이브로 진행돼 일반 관람객도 누구나 직접 볼 수 있으며 완성된 작품은 아트센터 외벽에 영구 설치된다.
공개 작업을 하는 것에 부담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두들링 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받은 적은 없다. 완전히 자유롭게 즐기는 작업이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다만 날씨 영향이 있어 작업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두들은 어려서부터 정해진 스케치북을 넘어 가구나 벽,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면서 예술가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고, 집이라는 캔버스가 부족해지자 패스트푸드점과 학교 벽으로 작업 범위를 넓혀갔다. 명성을 얻은 지금은 가구나 의류, 자동차, 건물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했다.
그의 작품들에는 웃는 얼굴이나 하트 모양, 꽃, 아이스크림 같은 유아스럽고 밝은 요소가 두드러진다. 그는 공개 석상에서 두들링으로 가득한 옷이나 양말, 신발을 신고 항상 밝게 웃는다.
두들은 “샘 콕스라는 내 실제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샘 콕스와 달리 미스터 두들은 괴짜이고 굉장히 밝고 다소 과장된 성향”이라며 “대학에서 미술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아주 소수라는 것을 들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으로 해보자 해서 미스터 두들을 만들고 이렇게 두들 옷까지 입으며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놓고 어린아이의 낙서 같은 것에 무슨 의미가 있으며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두들은 “예술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설득할 수도 있지만 순수하게 ‘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든 어른이든 봐서 좋으면 된다. 그래서 작업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도 올리고 라이브 작업도 하는 것이다. 내 작업을 많은 사람이 그냥 즐기고 향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두들링으로 가득 채우겠다는 목표를 가진 이 괴짜의 작품은 다음 달 1일부터 10월 12일까지 열리는 ‘2025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