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정책에 중동전쟁까지 더해져 비자발급 실패 속출
오는 11일 2026 북중미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전 세계 이목이 개최지에 쏠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과 중동 전쟁 여파로 축구 팬들이 미국 땅을 밟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7일 영국 BBC 방송이 분석한 자사 월드서비스 여행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국 가운데 4분의 1 이상은 미국 입국이 금지되거나 강화된 조치로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이다.
아이티, 이란,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국민들은 자국팀이 본선에 진출했지만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 관람은 불가능하다. 미국이 이들 나라 국민에게 월드컵 관광에 필요한 비자 발급을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라크처럼 비자 발급이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미국 방문이 막힌 나라도 있다.
미국은 중동 전쟁 발발 후 안보 우려로 이라크 내 영사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이는 이라크인이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라크인 압둘라 아드난은 지난 3월 말 이라크 축구 대표팀이 1986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자 곧바로 경기 티켓을 구매했지만 결국 미국 여행을 포기했다.
그는 자국 내에서 비자를 받을 수 없어 요르단까지 넘어가 현지 미국 대사관에 비자 발급을 신청했지만, 요르단 국민이 아니면 발급이 어렵다는 답변만을 들었을 뿐이다.
미국 비자 발급이 가능한 나라의 팬들도 불만은 마찬가지다. 유럽 등 일부 선진국 국민들은 미국과 맺은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따라 전자여행허가(ESTA)를 신청하고 수수료로 40달러만 지불하면 된다.
하지만 ESTA 신청이 불가능한 국가 국민들은 비자 신청 수수료에 185달러를 써야 한다. 대면 인터뷰도 거쳐야 한다는 수고스러움은 덤이다.
복잡한 신청 절차를 밟아 비자를 신청한다고 해도 모두 미국 땅을 밟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청 후 알 수 없는 이유로 비자 발급이 거절되는 경우도 허다하고 미국에 도착한 후 입국을 거부당한 경우도 많다.
요르단 축구팬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아부 카스는 비자 발급을 위해 미국 대사관에 42개가 넘는 증빙 서류를 제출했지만 결국 비자를 받지 못했다.
카스는 “이번 월드컵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며 “팬협회 회장조차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는데 도대체 누가 받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미 매사츄세츠주 보스턴 인근에서 이민 관련 로펌을 운영하는 셀린 아탈라는 비자가 월드컵의 보이지 않은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탈라는 “티켓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팔고 비자 발급은 미국 정부가 정하며 실제 입국 여부는 세관국경보호국(CBP)이 결정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