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실화 담은 ‘힌드 라잡의 목소리’…브래드 피트 등 공동 제작
피란길 이스라엘 포격 맞아 가족 몰살…6살 홀로 버텼으나 구조대마저 폭사
“너무 무서워요. 지금 구해주러 오는 중이죠?”
제82회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가자지구 6살 소녀의 비극이 담긴 실화 기반 영화가 공개돼 객석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고 독일 DPA 통신이 3일 보도했다.
튀지니 출신 감독 카우더 벤 하니아가 연출한 90분 분량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는 이번 베네치아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와 호아킨 피닉스가 공동으로 제작했으며 이날 저녁 베네치아 리도섬의 살라 그란데에서 관객에게 첫선을 보였다.
이 영화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포화가 가시지 않던 지난 2024년 1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6살 소녀 힌드 라잡이 피란길에 올랐다가 이스라엘 포격 속에 나머지 가족이 몰살한 차량 안에서 홀로 살아남아 간절히 구조를 기다리던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남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 등에 따르면 힌드는 당시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가자시티를 공격하자 북부로 대피하기 위해 삼촌의 차를 타고 사촌들과 이동했다. 그러나 차량은 채 400m도 이동하지 못하고 이스라엘 탱크의 포격을 받았다.
나머지 가족이 몰살한 차안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힌드는 구조대와 통화를 이어가며 3시간 동안 극한 공포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을 붙잡고 있었다.
힌드는 당시 통화에서 “너무 무서워요. 제발 와주세요. 저를 구하러 오실거죠?”라고 말하던 목소리가 영화에도 담겼다.
하지만 마지막 통화는 총격과 폭음 속에 끊겼고, 12일 정도가 지난 뒤에야 당시 구조대마저 힌드에게 끝내 도착하지 못한 채 이스라엘 공격으로 숨졌다는 게 드러났다.
구조대를 기다리던 힌드 또한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뒤에야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힌드와 구조대 시신이 발견된 위치는 불과 50m 떨어진 곳이었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공격을 부인하고 있다.
영화는 상황을 재연한 배우들의 연기로 대부분 채워졌지만,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힌드와 구조대가 나눈 실제 통화 녹음이 들어갔다.
영화 시사회가 끝나자 극장은 20분이 넘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영화관에는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구호가 울려 퍼졌으며 일부 관객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다.
DPA통신은 “이처럼 긴 박수갈채는 영화제에서 흔하지 않으며 경쟁 부문에 출품된 어떤 작품보다도 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