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연설·5만명 참석 미사 집전…13일 순방 마무리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일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약자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AP통신 등 외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정부 관료와 시민 사회, 외교단 등을 대상으로 “실용주의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길 때 발전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에 대한 배제를 정당화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싱가포르 경제 발전이 인간 독창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찬사를 보내면서도 이주노동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이주노동자들은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달러가 넘지만, 내국인이나 외국인에 대한 최저임금 정책은 없다.
싱가포르 노동력의 3분의 1 이상은 외국인이 차지한다. 취업 허가를 받은 외국인 중 월 소득이 3천 싱가포르 달러(약 308만원) 이하인 노동자가 110만명에 달한다. 주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빈국 출신인 저임금 노동자는 대부분 건설, 운송, 유지보수 직종이나 가사도우미로 일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적으로는 약 1억7천만명의 이주노동자가 있으며, 이는 전체 노동인구의 약 5%의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싱가포르 이주노동자들이 막대한 빚과 임금 미지급, 이동 제한, 신체적·성적 폭력 등 노동권 침해와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황은 또한 “싱가포르는 다양한 민족, 문화, 종교가 모자이크처럼 섞인 곳”이라며 “인류의 화합과 형제애, 모든 민족과 국가의 공동선을 위해 계속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후에는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신자 5만여명이 참석한 미사를 집전했다.
오후 4시30분께 교황이 도착하자 신자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입장하지 못한 신자들은 밖에 모여 휴대전화 등으로 미사를 지켜봤다. 경기장에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300여명을 위한 지정석도 마련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사랑이 없으면 생명도 없고 자극도 없고 행동할 이유도 없다”며 “이 세상에 존재하고 지속하는 선한 것이 있다면 이는 수많은 상황에서 사랑이 증오를, 연대가 무관심을, 관대함이 이기심을 이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1986년 싱가포르를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을 인용해 “사랑은 인종, 신념 혹은 무엇이든 우리와 다른 점을 가진 모든 사람에 대한 깊은 존중”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13일 4개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