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급등·고용 위축… 전문가들 ‘연말 소비 심리 위축’ 경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포하며 전 세계 90여 개국을 상대로 초강력 관세를 부과한 뒤, 미국 경제 전반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를 ‘경제 회복 전략’이라 설명했지만 현장에서는 물가 상승·고용 둔화·사업 위기라는 삼중고가 현실화되고 있다.
아메리칸 커뮤니티 미디어(ACoM)가 15일 주최한 브리핑에서 전문가들은 의류, 전자제품, 커피, 가구, 장난감 등 생활 필수품 가격이 일제히 치솟아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대기업은 예외 조치로 버티지만, 중소기업과 서민 가계는 고스란히 충격을 떠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스탠퍼드대 닐 머호니 교수는 “현재 미국 내 관세율은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며 물가는 이미 1.5% 올랐다”며 “소규모 사업체와 소비자 모두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시장 신규 고용은 필요한 수준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관세는 결국 소비자 세금”이라고 경고했다.
UC리버사이드 아닐 디올라리카르 교수는 이번 조치가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 경제국의 대미 수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은 현재 30%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나, 유예가 끝나면 최대 145%까지 치솟을 수 있다. 그는 “결국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고 미국 내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해는 이미 현실화됐다. 딜라와르 사이드 전 연방중소기업청(SBA) 부청장은 “관세는 본질적으로 중소기업 문제”라며 “갑작스러운 행정 부담과 비용 상승이 겹쳐 사업 존립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한 라틴계 식품업체는 최근 관세청으로부터 1만9500달러 고지서를 받고 직원 해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중소기업 심리지수는 1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커스 바워스 ‘쉬즈해피헤어’ 공동창업자는 “관세 급등으로 중국·인도산 원모(原毛) 수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사업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머호니 교수는 “작년까지만 해도 세계가 부러워하던 미국 경제가 불확실한 관세 정책 때문에 퇴보하고 있다”며 “정책 전환만이 회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 협상 카드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연말 소비 위축·고용 축소·사회적 불평등 심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