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경제대국을 꿈꾼 남자’와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애를 조명한 영화 두 편이 올여름 극장가에 잇달아 선보인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바통을 이어받아 흥행몰이할지 주목된다.
먼저 스크린에 오르는 건 이달 10일 개봉하는 손현우 감독의 ‘박정희: 경제대국을 꿈꾼 남자’다.
‘뮤지컬 박정희’ 공연 실황을 담은 작품이다. 뮤지컬컴퍼니에이가 제작한 이 뮤지컬은 2021년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무대에 올랐다.’뮤지컬 박정희’를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한 편의 영화로 만들었다는 게 배급사 측 설명이다.
손 감독은 무대 안팎에 설치한 여덟 개의 카메라로 공연을 촬영해 입체감을 살렸다.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에선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찍어 표정 연기를 담아냈다.
육군 중령 시절의 박정희(신민호 분)가 육영수(김효선)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부터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일구는 과정을 거쳐 암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일대기를 다룬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뮤지컬인 만큼 역사적 사실을 엄밀하게 고증하기보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데 주력한 느낌이다.
박 전 대통령을 국가적 영웅으로 보는 관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지만, 말년에 국민과 단절돼 독재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억누르는 모습과 같은 부정적 면모도 조명한다.
1960∼1970년대의 기억을 가진 노년층 관객이라면 향수를 자극할 만한 장면들이 나온다. 쌀이 부족해 아카시아꽃을 섞어 밥을 지어 먹는 가난한 사람들을 육 여사가 찾아간 장면이 그렇다.
손 감독은 지난 3일 시사회에서 “우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정말 열심히 사셨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다”고 말했다.
육 여사의 서거 50주기를 맞는 다음 달 15일에는 박 전 대통령 부부에 관한 윤희성 감독의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이 개봉한다. 가수 김흥국이 설립한 흥.픽쳐스가 제작을 맡았다.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는 박 전 대통령 부부의 기록 영상이 대략 7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이들의 삶을 극으로 재연한 영상이다.
극영화에 해당하는 부분은 올해 4월 촬영에 들어가 지난달 말 마무리했다. 배우 김궁과 양수아가 각각 박정희와 육영수를 연기했고, 고두심과 현석은 내레이션을 맡았다.
박 전 대통령 부부의 젊은 시절인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 해방 정국과 6·25 전쟁을 거쳐 박 전 대통령이 주도한 산업화에 이르는 과정을 다룬다.
이승만 전 대통령, 김구 선생,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백선엽 장군 등 역사적 인물도 조명한다. 박 전 대통령에 관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담고 있다는 게 제작사 측 설명이다.
박 전 대통령에 관한 영화가 잇달아 개봉하는 것은 ‘건국전쟁’의 흥행과 무관치 않다고 영화계에선 보고 있다.
지난 2월 개봉한 김덕영 감독의 ‘건국전쟁’은 정치인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11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열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보수 진영 관객의 호응을 끌어낸 것도 흥행 요인으로 분석됐다.
영화계 관계자는 “좌우를 넘어 다양한 정치인을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나오는 것을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면서도 “정치인의 공과를 균형감 있게 평가해 폭넓은 관객에게 호소력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오래 남는 작품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