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WP, 尹대통령 계엄선포 비판…”암흑기로 시계 돌리는 시도”
미국 주요 일간지들은 4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결의에 따른 해제 과정에 대한 사설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중대한 시험대를 통과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진의가 분명치 않은 계엄령 선포를 신속하게 거부하면서 수십 년 만의 최대 시험대를 통과했다”고 썼다.
사설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담화에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 “자유 헌정질서 수호”를 거론했지만 ‘위협’에 대해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면서 “계엄령은 자신의 가라앉고 있는 대통령직을 구하기 위한 무모한 도박의 흔적이 있었다”고 평했다.
사설은 한국의 계엄법에 명시된 언론 통제, 국회에 대한 제한, 거리의 군인 배치 등 조치는 전쟁이나 국가 비상사태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허용되는 것이라면서 “그러한 명확한 위협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같은 한국 내 혼란 징후는 북한 독재자 김정은의 무모한 군사 행동을 불러올 수 있다”며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을 염두에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윤 대통령에게 계엄령의 위험성과 관련한 일부 날카로운 조언을 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한국인들은 북한에 맞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1980년대에는 독재자의 통치를 끝내기 위해 희생했다”며 “3일의 사건은 민주주의 문화가 (한국에) 뿌리내렸다는 것을 시사하며, 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한국)에서 일어난 고무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거론한 여러 ‘위협’을 열거한 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윤 대통령의 요란하고 위헌적일 가능성이 큰 (민주주의) 전복 시도였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다행히도 한국은 이 시험을 견뎌냈고, 민주주의는 온전할 뿐만 아니라 강화됐다”며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많은 미국인이 미국 내 민주주의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 시기에 이 사건은 민주주의 제도가 회복력이 있고 자유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보편적이라는 믿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사설은 “(미국에서도) 행정부에 책임을 물을 때 입법부가 과도하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리더들이 종종 타당한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도 “그에 대한 답은 민주주의를 새로운 군사 독재 정권으로 뒤집음으로써 헌법 질서를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썼다.
사설은 “한국 군정은 1987년 학생, 노동자 등의 장기 시위 끝에 종식됐고, 이는 놀라운 ‘피플파워'(민중의 힘)를 보여준 일이었다”며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주주의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시계를 이전의 어두운 시대로 되돌리려는 시도였다”며 “다행히도 이번에 민주주의는 한 사람의 약화 시도보다 더 회복력이 있었고, 피플파워는 또 한번 그것을 지탱하는 힘이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