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탈북 한의사 최근 증언…”피폭 탓에 군복무도 기피하는 곳”
북한이 기존 정치범관리소 외에 핵시설로 정치범을 보내 피폭 위험이 큰 노역을 시킨다는 탈북민의 증언이 국책연구기관의 연구를 통해 수집됐다.
최근 발간된 통일연구원의 연구총서 ‘북한 주민의 가정 생활: 국가의 기획과 국가로부터 독립’에 수록된 탈북민 면접기록에 따르면 2019년 탈북한 평양 출신 40대 여성 A씨는 북한 당국이 정치범을 군이 관리하는 ‘핵기지’에 보내 노역을 강제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작년 4월 진행된 면접에서 “(북한 당국이) 이제는 정치범들을 핵기지에 보내 일하게 하는데 감옥이나 같다”며 “방사선이 인체에 해롭다고 해서 일반인들은 누구나 안 가겠다고 하는 곳”이라고 진술했다.
북한 핵기지는 군부대가 관리하는 시설이지만 방사선 피폭 우려로 청년들이 입대를 기피하는 부대이기 때문에 군 복무자에게 여러 특전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거기는 부모들이 (자식을) 안 보내겠다고 하니까 일반 부대에 10년 복무한다면 거기는 5년을 복무한 후 대학 추천입학과 공산당 입당을 시켜준다”면서 “그런데 그곳에 복무하고 온 애들은 3년 만에 죽는다고들 하더라”고 했다.
북한에서 한의사로 일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누린 A씨는 해외 출장이 잦았던 남편의 단독 탈북 이후 두 딸과 함께 북한당국의 삼엄한 감시에 시달렸다. 그 사이 불의의 사고로 큰 딸까지 잃은 A씨는 반탐과장(감시요원)으로부터 모녀가 핵기지 내 관리소에 보내질 것이라는 귀띔에 하나 남은 딸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탈북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내외 민간단체 등이 위성사진 등을 근거로 풍계리 인근에 있는 제16호 관리소 수감자들이 핵실험장에서 강제노역에 동원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지만 정치범의 핵시설 강제노역에 관해 탈북민의 구체적인 증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일, “A씨가 인지한 내용이 정확하다면 북한이 영변 핵단지 등 핵 시설이나 인근에 정치범관리소를 두고 피폭 우려가 있는 노역을 강제한다는 의미로 심각한 인권유린”이라며 “다른 탈북민의 증언이나 정보를 통해 교차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다만 외부 노출을 피해 민가로부터 떨어진 산골 등 고립된 지역에 설치된 기존 정치범관리소와 비교하면 영변은 접근성이 좋고 고도의 보안이 필요한 곳이라 정치범관리소를 운영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핵단지 일대 정치범관리소나 강제노역에 관해 현재까지 확인된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