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교 교사들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봉사자입니다”

재독한글학교교장협의회가 올봄에 개최한 ‘청소년 우리말·문화 집중교육’ 캠프[재독한글학교교장협의회 제공]

이숙향 재독한글학교교장협의회장 “뿌리의식 있는 세계인 육성”

“동포사회의 최대 과제인 차세대 육성의 최전선을 한글학교가 맡고 있죠. 교사들은 모두 한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준다는 사명감으로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최근 종이문화재단과 ‘K-종이접기’ 세계화 협약을 위해 방한한 이숙향 재독한글학교교장협의회장은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일의 주역인 한인 차세대가 모국과의 연결고리를 갖고 현지 주류사회에서 활약하도록 돕는 게 한글학교의 역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인 차세대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을 전하는 한글학교는 동포사회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주말학교로 보통 현지 정규학교 시설을 임대해 금요일 또는 토요일에만 문을 열고 있다

독일 전역에는 33개 한글학교에 200여명의 교사가 재직 중이며 3천500여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에센지역 한글학교 교장이기도 한 이 회장은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다문화가정의 자녀와 부모뿐만 아니라 현지인 학생과 성인들도 학교를 찾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로벌 마인드 교육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차세대들이 ‘한국계’라는 뿌리 의식을 갖는 것 못지않게 출신 국가, 인종 등을 따지지 않는 세계시민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제품이나 한국 문화 콘텐츠의 인기가 높을수록 타민족·타국가의 문화도 존중하려는 의식을 학생들이 갖도록 가르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한글학교가 정규 교육기관이 아니지만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은 그에 못지않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직장인 또는 유학생 출신 교사들이 많고 학부모들도 봉사하고 있다”며 “봉사료로 월 160유로(23만원)를 받는 게 다인데 교통비 정도인 셈”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교장인 본인은 그보다 적은 100유로를 받고 있다고 전하면서 “인재를 키우고 주류사회에 한국을 알린다는 자부심이 계속 봉사를 이어가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재독한글학교교장협의회는 매년 봄에 청소년 캠프, 가을에는 교사 연수를 진행한다.

이 회장은 특히 ‘청소년 캠프’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독일 전역에서 참가하는 학생들이 4박 5일간의 캠프 생활을 통해 정체성을 함양하면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며 “캠프를 마칠 때 참가자들이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아갈 자신이 생겼다고 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모국에 재외동포청이 설립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한글학교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면서 중요성도 인식해 체계적인 지원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며 “각국 공관 등에 한글학교 또는 재외국민 교육 전담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한글학교를 지원하는 게 동포청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다 보니 현장에서는 혼선이 생긴다”며 “한곳으로 통합해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989년 독일로 유학해 베를린공대를 졸업한 뒤 36년째 현지에 거주 중인 그는 2011년부터 한글학교 교사 및 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는 “독일에는 40∼50년 된 한글학교가 많을 정도로 동포사회는 일찍부터 한글학교의 필요성을 인식해왔다”며 “정규 학교 못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종이문화재단과의 협약으로 한인 차세대에게 ‘K-종이접기 문화’를 체계적으로 전하게 됐다면서 “이왕 방한한 김에 종이접기 교사 자격증도 취득할 것”이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그는 “동양인이다 보니 정규 학교에서 차별을 받거나 왕따당하던 학생들이 한글학교에 다니면서 긍지가 생기고 당당히 어깨를 펴게 될 때 보람을 느낀다”며 “힘닿는 데까지 계속 봉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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