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무국적자 우려…경제 손실 ‘수조 달러’ 전망
연방대법원이 출생시민권 제한 여부를 심리 중인 가운데, 해당 제도가 폐지될 경우 수백만 명이 법적 지위를 잃고 미국 경제에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가 10일 주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법학자와 경제·이민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단순한 이민 정책을 넘어 국가 정체성과 노동시장, 사회 통합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UCLA 로스쿨의 히로시 모토무라 교수는 “이번 논쟁은 정책 차원을 넘어 미국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수정헌법 제14조가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출생만으로 시민권을 부여해 이민자 국가로서의 기반을 형성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명령이 유지될 경우 수백만 명이 시민권을 잃거나 박탈될 수 있으며 이는 헌정사적으로도 가장 중대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적 영향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프린스턴대학교의 필립 코너 연구원은 미국의 노동력 증가가 이민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생시민권 제한은 장기적인 인력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해당 제도의 수혜 인구는 지난 100년간 약 7조7천억 달러의 소득을 창출했으며, 향후 20년간 태어날 인구만으로도 약 1조 달러의 경제 기여가 예상된다. 그러나 제도가 폐지될 경우 고등교육 기반 직종에서 최소 40만 명의 인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민정책연구소의 줄리아 겔라트 부소장은 해당 정책이 오히려 불법체류 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20년 동안 약 270만 명, 50년 동안 약 540만 명이 추가로 법적 지위 없이 거주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의 자녀는 공교육 접근 제한, 의료 및 복지 혜택 배제, 취업 제한 등으로 이어져 교육 수준 저하와 사회 이동성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겔라트 부소장은 “이 같은 변화는 세대를 거쳐 구조적 취약계층을 형성할 수 있다”며 “교육 접근 제한은 결국 사회 전체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인재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이민 플랫폼 기업 바운드리스의 지오 웡 대표는 “전문 인력은 소득뿐 아니라 가족의 미래 안정성을 고려한다”며 “자녀의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미국 대신 다른 국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 분야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의사의 25% 이상이 이민자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2036년까지 최대 8만8천 명의 의사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웡 대표는 “출생시민권은 가족이 미국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신뢰를 제공해 온 제도”라며 “이를 약화시키는 것은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겔라트 부소장 역시 “이민은 미국의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핵심 요소”라며 “이를 제한하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성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지난 1일 관련 사건에 대한 구두변론을 진행했으며, 최종 판단은 오는 6월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위헌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이번 논쟁이 미국 사회에 미칠 정치적·사회적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