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은폐 논란…정부 수수방관 의혹 속 대통령에도 압박
세계 곳곳에 코카인을 대량으로 유통한 혐의를 받는 우루과이 출신 마약사범의 도주 사건에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일(현지시간) 우루과이 일간지 엘옵세르바도르와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프란시스코 부스티요 우루과이 외교장관은 전날 루이스 라카예 포우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라카예 포우 대통령은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이다.
현지에서 ‘갑작스럽다’고 평가한 부스티요 장관의 사임 의사 배경에는 우루과이 출신 마약 밀매범, 세바스티안 마르세트의 석연찮은 여권 취득 경위를 둘러싼 검찰 수사와 관련돼 있다.
미주와 유럽 등지를 중심으로 코카인을 밀매한 혐의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른 마르세트는 각종 위조 여권·서류와, 조력자 도움으로 수사망을 따돌리며 도주 행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볼리비아에 살며 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리그 내 축구팀에서 선수로 뛰기도 했다.
그는 2021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파라과이 위조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가 당국에 적발된 적 있는데, 우루과이 외교부에서는 당시 마르세트에게 자국 여권을 긴급하게 발급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권은 외교행낭(외교상 서류 등 수송에 사용되는 포장물)으로 전달됐다.
교도소에 구금된 채 재판을 받게 된 마르세트는 ‘위조 여권을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는 충분한 조사 결과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풀려났다.
당시 UAE 주재 우루과이 외교관들은 본국에 “마르세트 여권 발급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관련 문제 제기는 무시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2020년 7월 취임한 부스티요 장관은 지난해 의회 청문회에서 “(2021년엔) 그 누구도 마르세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최근에 이 언급마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마르세트를 ‘매우 위험한 마약 밀매범’이라고 지칭한 정부 관료 메시지가 공개되면서인데, 부스티요 장관은 지난해 11월 14일 카롤리나 아체 당시 외교차관과 마르세트와 관련한 통화를 하며 차관에게 “휴대전화를 버리라”는 말도 했다고 엘옵세르바도르는 보도했다.
이는 외교장관이 마르세트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라카예 포우 대통령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우 정당인 ‘카빌도 아비에르토’의 마니니 리오스 상원 의원은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확신한다”며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취소하고 즉시 귀국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