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쟁 책임있게 관리”…시진핑 “대국간 경쟁, 시대착오적”
‘2개의 전쟁’으로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 미중 정상이 15일(미국 현지시간) 1년만에 얼굴을 맞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각자의 현직 취임 이후 두 번째 대면 회담을 했다.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서로 오랫동안 알았고, 항상 의견일치를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만남은 항상 솔직하고 직설적이고 유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당신의 솔직한 성격과 관련해, 당신이 나에게 말한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며 “오해없이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우리의 대화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기후변화에서부터 마약 단속,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우리의 공동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시 주석은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세계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그 동력은 여전히 부진하고 산업망과 공급망은 여전히 교란과 보호무역주의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인 중미 관계는 가속하는 글로벌 변혁의 넓은 맥락에서 인식되고 전망되어야 하며, 두 나라 국민에게 이익이 되고 인류의 진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과 미국 같은 두 대국이 서로 등을 돌리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며 한쪽이 다른 쪽을 개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국간 경쟁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고 중국과 미국,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대체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구는 두 나라 중 한 나라의 성공이 다른 나라에도 기회가 될 만큼 충분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역사와 문화, 사회제도와 발전 경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그러나 서로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윈-윈 협력을 추구하는 한, 이견을 극복하고 양국이 잘 지낼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두 나라 관계의 전도유망한 미래를 굳게 믿는다”고 밝힌 뒤 “우리는 중미관계의 키를 잡고 있다”며 양국관계의 미래와 세계평화에 관련된 깊이있는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장인 ‘파일롤리 에스테이트'(Filoli Estate)에 먼저 도착해서 회담장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오전 11시 17분께 시 주석이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도착하자 반갑게 악수하며 맞이했다.
두 정상은 서로의 손에 자신의 다른 손을 얹으며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한 채 회담장으로 들어갔다.
최근 수년간 신냉전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가열돼온 미중 전략경쟁 구도를 감안할 때 이번 회담에서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다.
그러나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과, ‘포스트 팬데믹’ 국면에서 기대 이하의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모두 미중관계를 안정화할 필요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따라서 이날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전쟁이 발생함으로써 불확실성이 더 커진 국제 정세 속에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고, 예기치 못한 충돌을 막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단절한 양국 군 당국간 통신 채널을 복원하는 문제에 미국은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누차 밝혀왔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서로 입장 차이를 보여온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할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에 대해서는 그간 두 정상이 밝혀온 입장에 비춰볼 때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양국의 갈등 현안인 신장위구르자치구 강제노동 의혹을 포함한 인권 문제, ‘홍콩의 중국화’, 대만해협, 남중국해,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와 중국의 일부 광물 수출 통제 등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원료가 수출돼 멕시코에서 제조된 뒤 미국으로 밀반입되는 마약류 펜타닐 문제와 관련한 미중간 공조 방안도 비중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미국 당국자들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