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보험, 소비자 불만과 AI 활용 논란 고조

보험금 청구 거부… 소비자 신뢰 회복 

뉴욕에서 발생한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itedHealthcare) CEO 브라이언 톰슨(Brian Thompson)의 살해 사건은 미국 의료 산업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좌절을 전국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보험사의 높은 의료비와 필수 치료 거부 문제에 대한 비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itedHealthcare) CEO 브라이언 톰슨(Brian Thompson)의 사망 사건 이후 보험금 청구 거부와 불공정한 보장 내용에 대한 논란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지난 20일 에스닉미디어서비스(EMS)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전문가들은 의료보험 체계의 불균형과 행정 절차의 복잡성이 소비자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Robert Wood Johnson Foundation)의 캐서린 헴프스테드 박사(Dr. Katherine Hempstead)는 “건강보험개혁법(ACA) 이후 접근성은 확대됐지만, 소비자들은 복잡한 보험 체계와 각기 다른 보장 내용으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헴프스테드 박사는 “특히 비만 치료제와 같은 특정 약물에 대한 보험 적용 기준이 주마다 다르다”며, 최근 미시간주 블루크로스블루실드가 비만 치료제 ‘웨고비(Wegovy)’의 보험 적용을 중단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 결정으로 환자들은 약물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치료법이 달라지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생식 보건 분야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헴프스테드 박사는 “낙태권 규정이 주마다 달라 일부 지역에서는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보험사들이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험금 심사를 확대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피츠버그 대학의 미란다 야버 교수는 AI 시스템이 빠른 심사를 가능하게 하지만, 오류와 불공정한 결정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야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36%가 보험 적용 거부를 경험했으며, 그중 60%는 여러 차례 거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를 통해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취약 계층이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으며, 소송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대형 보험사들이 AI 심사와 관련한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대표적으로 2023년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자회사 NaviHealth는 메디케어 청구를 체계적으로 거부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시그나(Cigna)는 환자 파일을 열어보지 않고 1.2초 만에 청구를 거부한 사례가 보고됐다.

이와 관련해 캘리포니아주 조시 베커(Josh Becker) 상원의원은 ‘의사 결정법(SB 1120 Physicians Make Decisions Act)’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AI를 통한 의료보험 청구 심사 과정에서 면허를 가진 의사가 감독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베커 의원은 “AI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환자 복지를 우선시하는 인간적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화 시스템이 의료 서비스의 형평성과 접근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 결정 과정에서 환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의료보험 시스템의 투명성 제고와 공정한 보장 정책 마련이 소비자 신뢰 회복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이의 제기 절차 간소화, 사전 승인 요건 완화, 주별 규정 일원화 등 체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AI 도입으로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형평성을 확보하고 취약 계층을 보호할 방안 마련이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