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자회견서 “영향 미칠 수 있어…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
검찰, 최재영 고발한 시민단체 관계자들 조사…김여사 소환 등 관심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원론적 차원의 입장만을 간단히 표명한 가운데, 검찰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수사에 속도를 붙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2주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에 관한 질문에 “검찰 수사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언급하는 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며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2일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로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지 일주일 만이다.
전담팀 구성 사실이 알려진 이후 여야 정치권 모두에서 검찰의 의도와 수사 향방에 대한 설왕설래가 계속된 가운데 밝힌 입장이기도 하다.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만을 함으로써 수사 지침을 주려 한다는 등의 불필요한 논란을 피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명시적으로 수사 협조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검찰로서도 배경에 대한 억측이 확산하는 것을 피하고 수사에 집중할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명품 가방 공여자인 최재영 목사를 고발한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과 홍정식 활빈단 대표를 각각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이 김 여사 명품 가방 의혹과 관련해 사건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들은 최 목사 등을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당사자들로, 명품가방 수수 의혹 ‘본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검찰은 오는 13일에는 최 목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20일에는 윤 대통령 부부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 수수 혐의로 고발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 총장이 신속한 수사를 주문한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관련자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최 목사 등에게 동영상 원본 등 증거 자료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과 제출받은 증거를 종합해 직무 관련성 등을 따져 김 여사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이날 직접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언급한 만큼 수사팀이 김 여사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소환 여부나 방식 등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검찰 간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이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은 없다는 의중의 표현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명품 가방 의혹으로 김 여사를 소환할 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도 같이 조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이 역시 뇌관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도이치니 이런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 한 2년 반 정도, 사실상 나를 타깃으로 해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서 정말 치열하게 수사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나와 내 가족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거기에 대해서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에 대해 “사안의 실체를 규명하고 인적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관련 수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진행 중인 관련 형사재판의 사실상 법리상 쟁점도 같이 검토하면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 대상이나 방법에 전혀 제한을 두지 않고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진행한다”며 “저희도 사안의 실체를 신속히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