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이자 한국 영화 선구자 윤봉춘 감독의 외손녀 제리 추
애틀랜타서 한인 차세대 정체성·금융 교육…’엄마 태권도 공연단’ 창단 계획
“그냥 ‘코리아’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인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요.”
재미동포 제리 추(50·한국명 류제령) JND 파이낸셜 대표 겸 차세대재단 대표는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한인 차세대의 정체성 교육과 공동체 결속에 힘을 쏟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독립운동가이자 한국 영화계의 선구자인 윤봉춘 감독의 외손녀인 그는 어머니로부터 외조부의 독립운동과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했다.
윤 감독은 독립운동하다 두 차례 옥고를 치른 뒤 영화계에 투신해 나운규 등과 함께 활동하며 한국 영화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벙어리 삼룡’, ‘유관순’, ‘아리랑’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제작하고 배우로도 활동했으며, 광복 후 한국영화인단체연합회를 설립해 회장을 지냈다. 배우 고(故) 윤소정·오현경 부부는 추 대표의 이모와 이모부다.
지난해에는 광복 80주년과 외조부 50주기를 맞아 외조부의 친필 일기를 천안 독립기념관에 기증하는 행사에도 세 자녀와 함께 참석했다. 추 대표는 이를 계기로 가족의 역사적 유산과 정체성을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다시 새겼다.
추 대표는 최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애틀랜타협의회 자문위원 겸 부총무 자격으로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았다.
그는 1990년 열네 살의 나이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이민했다. 그의 모국 사랑은 일찍부터 남달랐다. 현지 고등학교에서 언니와 함께 ‘코리안 클럽’을 만들어 한복 입기와 김밥 판매, 한글 교육, 태권도 시범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렸다. 클럽 활동으로 교내 인지도를 쌓아 학교 전체 부회장에도 선출됐다.
열아홉 살에 귀국한 뒤 문화예술진흥원 산하 한국공연예술학교에서 연극과 영화를 공부하고 단편·독립영화에 출연했다. 20대 중반 일본에서 제작된 KAL기 폭파 사건 관련 다큐멘터리에 참여해 연기와 음성 녹음을 맡은 것을 계기로 일본 방송계에도 진출했다.
일본 방송국에서 ‘제리의 한국어 강좌’도 진행했다.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던 시절이었지만 대본을 통째로 외워 방송에 임했다. 배용준을 비롯한 한류 스타들이 인기를 끌던 시기와 맞물려 프로그램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언니의 권유로 금융업에 뛰어들어 11년째 JND 파이낸셜을 운영하고 있다.
JND 파이낸셜은 세무사와 회계사, 세금 전문 변호사 등과 협력해 고객의 장기적인 절세·자산관리 전략을 설계한다. 고객도 한인뿐만 아니라 중국계와 일본계, 유럽계 등으로 다양하다.
추 대표는 금융 지식을 차세대에게 교육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틴에이저 머니 캠프’를 열어 부동산과 융자, 세금, 복리 이자, 가계 예산 등을 가르친다. 사실상 재능기부 프로그램이다.
그는 “부모가 자녀에게 직접 가르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부모의 노동 시간과 생활비 지출을 아이들에게 알려 돈의 가치와 흐름을 이해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대상 금융 교육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서관과 문화원 등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금융 세미나 강연도 하고 있으며, 사례비는 전액 해당 기관에 기부한다.
2022년 설립한 차세대재단은 현재 부모 회원 약 200명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조지아 애틀랜타 지역의 부모 모임과 학교별 한인 학부모 모임 등을 재단의 울타리 안에서 연결해 미니 운동회와 피크닉, 머니 캠프 등을 운영한다.
추수감사절에는 자택으로 40∼50명을 초청해 음식을 대접한다. 그는 이 같은 적극적인 성격으로 인해 “남편으로부터 오지랖이 넓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웃었다.
재단은 부모끼리 정보만 나누는 모임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교회 등 기존 단체에 속하지 않은 한인 가정도 소외되지 않고 서로의 자녀를 살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추 대표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회에서 한인 자녀들이 정체성을 잃지 않고 건강한 ‘씨앗’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부모들이 안전한 울타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어 중심의 이민 1세대와 영어가 익숙한 차세대 사이에서 한국어와 영어가 동시에 되는 1.5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1.5세대가 가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단의 교육 프로그램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도 한국어가 서툰 한인 청소년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쉽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는 전쟁을 경험한 조부모 세대가 손주들의 질문에 답하는 인터뷰 영상을 제작해 세대 간 기억을 잇고, 한인 어머니들로 구성된 ‘태권도 공연단’도 창단할 계획이다. 태권도 공인 3단인 그는 자녀들에게도 태권도를 통해 한국의 정신과 예의를 가르쳐왔다.
추 대표는 “엄마가 태권도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엄마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도 바뀌게 된다”며 차세대와 부모가 한국 문화를 매개로 가까워질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