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푸드 과세로 당뇨병·비만 등 생활습관병 억제
한국과 평균 소금 섭취량이 비슷한 남미 콜롬비아가 너무 짜거나 달게 만드는 ‘정크푸드’에 건강세를 도입했다.
1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건사회보호부(보건부) 소셜미디어와 관보 등을 종합하면 콜롬비아에서는 이달부터 인공향료나 색소, 감미료 등 첨가제를 포함한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과 소금·설탕 또는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에 10%의 건강세가 매겨졌다.
감자칩 등 튀겨서 만드는 스낵을 비롯해 비스킷, 탄산음료, 즉석식품, 초콜릿, 잼, 시리얼, 가공육, 케이크 등도 과세 목록에 포함됐다.
이는 수년간의 논의 끝에 도입한 이른바 ‘정크푸드법’에 따른 조처다.
콜롬비아 보건부는 과세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해 2025년엔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세제 개편을 이끈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국가 예산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보다 더 건강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썼다.
콜롬비아 정부의 이번 조처에 대해 관련 전문가를 중심으로는 ‘획기적인 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칠레 아돌포 이바녜스 대학의 기예르모 파라헤 교수는 “콜롬비아는 아주 새로운 사례로, 지역 차원에서 가장 발전된 형태이자 세계 차원에서도 가장 발전된 것”이라며 “초가공식품에 포괄적으로 세금을 매긴 국가가 또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고 스페인어권 매체 엘파이스는 보도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프랑코 새시 교수 역시 “담배나 설탕이 함유된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건강세를 시행한 국가는 있지만, 이를 가공식품까지 확대한 국가는 거의 없다”며 “콜롬비아 모델은 다른 국가에 모범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콜롬비아는 이번 조처로 ‘의료비용 절감 및 당뇨병과 비만 등 생활습관병 억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식단 개선으로 심혈관 질환과 고혈압 등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취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비전염성 질병(NCD) 데이터 포털 통계를 보면 콜롬비아 국민(25세 이상)은 하루에 평균 12g의 소금을 소비하는데, 이는 중남미에서 가장 높고, 한국과는 똑같은 수치다. 세계 평균은 11g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콜롬비아 내 비전염성 질병 중 사망 1위는 뇌졸중과 심부전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31%)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나트륨 과다 섭취와 연관이 있다는 게 이 나라 보건부의 판단이다.
세계 평균(13%)을 크게 웃도는 18세 이상 비만율(22%) 역시 식습관 개선의 당위성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현지 일간지 엘티엠포는 보도했다.
다만, 물가 상승 우려나 빈곤층에 더 큰 경제적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그간 법안 발효를 강력히 반대한 일부 식품 업계의 반발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