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플레인스서 2월부터 연명 치료 중단·호스피스 돌봄 선택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부인 로절린 여사가 별세하면서 77년간 해로한 동반자 없이 인생의 마지막 장을 맞이하게 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그간 조지아주의 고향이자 작은 마을인 플레인스의 자택에서 나란히 호스피스 돌봄을 받아왔다.
카터 전 대통령은 올해 99세로 역대 최장수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2015년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간과 뇌까지 전이됐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후에도 여러 건강 문제를 겪다가 올해 2월부터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돌봄을 선택했다.
당시 카터 센터는 성명에서 “카터 전 대통령은 남은 시간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면서 추가적인 의료 개입보다는 호스피스 돌봄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스피스 돌봄이란 통상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보살핌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세 살 아래인 로절린 여사도 지난 5월 치매 진단을 받고 이달 17일 호스피스 돌봄을 받기 시작하면서 부부는 나란히 집에서 생의 마지막 단계를 차분하게 준비해왔다.
그러다 로절린 여사가 이틀 만인 19일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 카터 전 대통령은 77년 동안 한결같이 곁을 지켰던 동반자 없이 남은 생을 마주하게 됐다.
카터 전 대통령은 호스피스 돌봄을 받으면서도 가끔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최근에는 99번째 생일이던 지난 10월 1일을 하루 앞두고 플레인스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 부인과 함께 깜짝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카터 부부가 검은색 자동차에 나란히 앉아 등장하자 축하하러 모인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가 끊이지 않았고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지난 9월 23일에는 플레인스에서 열린 땅콩 축제에 나들이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축제장에서 검은색 차를 타고 온 카터 부부가 창문을 내리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영상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1924년생인 카터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상원의원, 주지사를 거쳐 1977~1981년 39대 미국 대통령을 지냈다. 1981년 백악관을 떠난 뒤에는 다시 고향인 조지아로 돌아갔다.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민간외교와 사회운동,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운동 등 활발한 사회 활동을 벌였으며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로절린 여사 별세에 성명을 내고 “로절린은 내가 이룬 모든 것에서 동등한 파트너였다”면서 “그는 내가 필요할 때 조언과 격려를 해주었다. 로절린이 세상에 있는 한 나는 누군가 항상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