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전국서 8천700여명 휴학계 제출…승인은 안 될 듯
수업·실습거부 장기화할 경우 의대 내부서도 ‘이견’ 가능성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계 제출이 현실화하면서 의과대학의 학사운영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정부와 대학이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의 휴학 신청을 반려하는 상황이지만, 대학별로 수업·실습 거부 움직임도 일고 있다.
다만 휴학의 경우 학생들 입장에서도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택지인 만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상당수 학생이 학교로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8천700명 휴학계 ‘무더기 제출’…학사운영 차질 전망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19일 1천133명에 이어 전날 7천620명의 의대생이 휴학을 신청했다. 총 8천753명이다.
지난해 4월 1일 기준 교육통계상 전국 의과대학 재학생 수가 1만8천793명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에 가까운 46.6%가 이틀 사이 휴학을 신청한 셈이다.
교육부가 구체적인 대학명과 학교별 휴학 신청자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27곳에서 휴학 신청자가 나왔다.
정부와 대학 측은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휴학이 승인된 경우는 입대나 유급 등 정부 정책과 전혀 상관없는 30여건에 불과하고, 향후에도 동맹휴학이 승인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휴학이 승인되지 않더라도 일부 학생들이 ‘수업·실습 거부’를 이어간다면 학사 운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전날 성균관대 의대의 경우 다수 학생이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교수진이 병원 진료에 투입되면서 일부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양대 의대 본과 3학년 학생들도 전날부터 수업 거부에 나섰다. 부산대 의과대 비상시국 정책대응위원회 역시 20일을 기점으로 수업·실습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조선대 의대는 이달 진행할 예정이던 임상실험 등 일부 수업을 연기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같은 강의를 들으며 함께 생활하는 의과대학 특성상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의 신상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20일 이후에도 휴학계 제출과 수업·실습 거부는 계속될 수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근무지 이탈과 맞물려 의대생들이 이처럼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의료대란’에 대한 정부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당시에도 의대생들이 수업과 실습은 물론 국가고시 응시마저 거부하며 현직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힘을 보탰다.
당시 정부는 의사들에게 ‘백기’를 든 데 이어, 의대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의료법 시행령까지 개정하며 국시 기회를 추가로 부여하기도 했다.
의대생의 수업·실습 거부와 국시 미응시로 의료인 양성·배출에 차질이 생길 경우 중장기적으로 의료 현장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대치 장기화하면 의대생 내부서도 ‘이견’ 커질 듯
일각에서는 의·정 대치가 장기화해 3월까지 넘어갈 경우 의과대 내부에서도 견해차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파업과 달리 휴학은 앞으로의 진로 선택과 진급·국가고시 응시 등에 계속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도 장기간 수업·실습을 거부하기 쉽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의대 학생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의대협)가 동맹휴학을 결의하는 과정에서도 집단행동의 수위와 방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을 거부한 학생들의 유급 가능성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수업을 (성적에) 어떻게 반영하느냐 등이 학교나 수업마다 달라서 학교 차원에서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교육부 입장에서는 (학사운영 감독을) 법과 원칙에 따라, 학칙에 따라 엄격하게 진행할 것이다. (대학이) 법령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해달라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개별 학생들 입장에서도 당장 집단행동에 불참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휴학 신청이나 수업·실습 거부에 동참하지만, 장기화할 경우 다시 수업에 복귀하는 이들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의대를 운영하는 한 대학 관계자는 “휴학 신청은 원래 인트라넷(학생포털)에서 개별적으로 하게 돼 있는데, 학생들이 굳이 수기로 신청서를 쓴 뒤 모아서 제출했다”며 “선배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신청서를 내기는 했지만, 이 가운데 진짜 개별적으로 전산 신청한 학생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흔들림 없이 학업을 지속하고 면학 분위기가 흐려지지 않도록 대학이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단체행동 등으로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을 계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