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서 살아남은 여성 기억통해 피비린내 나는 역사 고발
노벨문학상, 영국 맨부커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프랑스 공쿠르상은 올해 알제리 출신 프랑스 작가 카멜 다우드(54)의 ‘천상의 미녀들'(Houris)에 돌아갔다.
공쿠르상 심사위원단은 4일 파리 드루앙 레스토랑에서 이같이 수상자를 발표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 르피가로 등이 보도했다.
심사위원단은 “이 소설은 문학이 지닌 현실 탐구의 자유와 감정적 밀도로 한 민족의 역사적 서사와 함께 또 다른 기억의 경로를 추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소설은 ‘검은 10년'(1992∼2002년)으로 불리는 알제리 내전, 즉 이슬람주의자들과 알제리군이 충돌해 6만명∼20만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실종된 비극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오브’는 알제리 내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인물이다. 오브가 다섯살이던 1999년, 그의 마을 주민들은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해 모조리 학살당했다. 그는 간신히 목숨은 건졌으나 목에는 칼에 베인 흉터가 남았고 목소리도 잃었다.
오브는 자신이 뱃속에 품은 아이에게 그 피비린내 나는 비극적인 세월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 간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말한다.
1970년 알제리에서 태어난 다우드는 20대에 지역 신문사에 입사한 뒤 조국에서 자행된 학살 사건을 조사했다.
그러나 저널리즘이 다룰 수 있는 전쟁의 이야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는 지난달 초 이뤄진 마담 피가로와 인터뷰에서 “저널리즘은 필수적이지만, 전쟁 이야기를 전하기엔 절대 충분하지 않다. 전쟁의 상처는 문학을 통해 전달된다”며 작품을 쓰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 본격적인 작품 출간을 시작한 그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재해석한 ‘뫼르소, 재검증'(2014)으로 그해 공쿠르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하고 이듬해 공쿠르 하위 부문인 신인상을 받는다.
이후 10년 만에 알제리 작가로는 처음 공쿠르 본상을 거머쥐게 됐다.
다우드의 이 책은 알제리에서는 출판이 금지됐다. 알제리 정부가 10년에 걸친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2005년 ‘평화와 화해를 위한 헌정’을 채택하며 내전 기간 발생한 폭력 사건 등 과거사 논의를 제한한 탓이다.
알제리는 오는 6∼16일 열리는 제27회 알제 도서전에 이 책을 펴낸 프랑스 출판사 갈리마르의 참여도 금지했다.
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해 프랑스에 거주하는 다우드는 수상 현장에서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너무 기쁘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며 “내게 프랑스는 작가와 글쓰기, 다른 곳에서 온 모든 것을 환영하는 나라”라고 소감을 말했다.
프랑스 소설가 에드몽 드 공쿠르의 유언에 따라 1903년 시작된 공쿠르상의 상금은 10유로(약 1만4천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상과 동시에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게 된다. 공쿠르상 수상작은 통상 약 40만부 이상 팔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