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7억 달러에 야마모토 3억2천500만 달러 투자
‘스타 군단’ 다저스 폭풍 영입…리그 균형 흔든다는 지적도
2002년 쿠바 야구대표팀 에이스였던 호세 콘트레라스를 미국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가 4년 총액 3천200만달러에 영입했을 때 라이벌 팀 보스턴 레드삭스는 양키스를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고 비난했다.
돈을 앞세워 선수를 싹쓸이한다는 의미로 부른 이 말은 ‘부자 구단’ 양키스를 상징하는 별명이 됐다.
2013년 ‘악의 제국’이라는 명칭을 두고 상표권 분쟁이 벌어졌을 당시 미국 법원이 “야구와 연관된 용어로 사용할 때 오직 양키스만이 상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공인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제 ‘악의 제국’이라는 별명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가져갈지도 모른다.
MLB닷컴 등 MLB를 다루는 미국 주요 매체는 22일(한국시간) 일본 야구대표팀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25·오릭스 버펄로스)가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2천500만달러(약 4천228억원)를 받는 조건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4년 다나카 마사히로(현 라쿠텐 골든 이글스)가 양키스와 7년간 계약하며 받은 1억5천500만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역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최고액이다.
3억2천500만달러는 또 게릿 콜(뉴욕 양키스)이 기록한 종전 빅리그 역대 투수 최고 총액 3억2천400만달러(9년 계약)를 뛰어넘은 액수이기도 하다.
앞서 다저스는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어 오타니 쇼헤이(29)와 역대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인 10년 총액 7억달러(9천112억원)짜리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올겨울 다저스가 오타니와 야마모토에게 투자한 총액만 10억2천500만달러(1조3천350억원)에 달한다.
2005년 미국 글레이저 가문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할 당시 14억7천만 달러를 투자해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사례를 남긴 바 있다.
아무리 스포츠 시장이 커지고 돈의 가치가 달라졌다고 해도, 선수 2명이 받을 총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다저스를 응원하는 팬에게는 야마모토의 영입이 희소식이지만, 나머지 MLB 팬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MLB에는 일부 구단이 자본을 앞세워 선수를 독점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사치세(Luxury tax)가 있다.
2024년 MLB 사치세 기준 팀 전체 연봉은 2억3천700만달러(3천89억원)로 이를 초과하면 액수에 따라 벌금과 드래프트 순위 하향 등 제재가 뒤따른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사치세 기준 연봉을 넘겨 벌금을 냈던 다저스가 오타니에 야마모토까지 영입할 수 있었던 배경은 오타니의 역대급 ‘지급 유예’가 있다.
오타니는 총액 7억달러 가운데 2천만달러를 10년에 걸쳐 나눠 받고, 나머지 6억8천만달러는 다저스와 계약이 끝난 뒤 받기로 했다.
덕분에 오타니를 매년 최저연봉 수준인 200만달러로 쓸 수 있는 다저스는 나머지 선수를 영입할 여유를 얻었다.
오로지 월드시리즈 우승만을 목표로 한 오타니의 열망과 당장 큰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다저스의 이해득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계약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리그 균형을 위한 사치세를 무력화한 편법 계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최대 규모 커뮤니티 웹사이트 레딧(Reddit)에서는 다저스를 비판하는 야구팬의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편 다저스의 야마모토 영입으로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는 흥행 대박을 예고했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MLB 정규시즌 개막 2연전으로 치러지는 이번 시리즈는 오타니와 야마모토의 ‘다저스 데뷔전’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야마모토가 서울 시리즈에 등판한다면 김하성(샌디에이고)과 맞대결도 큰 화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