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창원재판부[연합뉴스 자료사진]
양형 부당 등 이유로 항소했다 태도 바꿔…검찰 향한 원색적 비난 쏟아내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60대 사형수가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가 태도를 바꿔 사형을 집행해달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법원과 검찰을 여러 차례 조롱하며 사형을 내려달라고 한 그는 이번 항소심에서도 검찰을 향한 거친 언행과 태도를 이어갔다.
20일 오전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315호 법정.
형사1부(서삼희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이번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이 시작되자 60대 A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의 가슴 쪽에는 엄중 관리대상자를 뜻하는 노란색 명찰이 붙어 있었다.
그는 지난 2월 경남 창원시 한 주거지에서 40대 동거녀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8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에 “검사 체면 한번 세워 주이소. 시원하게 사형 집행을 한 번 딱 내려 주고”라거나 “재판장님도 커리어가 있습니다. 사형 집행도 아직 한번 안 해보셨을 거니까 당연한 소리라 믿습니다”라고 말하며 사형을 요구한 그는 실제로 사형이 선고되자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었다.
하지만 A씨는 이날 “양형 부당은 변호인 주장”이라며 “양형 부당에 대해 다툴 마음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도 검찰과 법원을 조롱하는 등 변함없는 태도를 이어갔다.
재판이 시작되자 A씨는 검찰 공소장이 잘못됐다며 검찰을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
자기는 B씨를 갈취한 적이 없음에도 공소장에 이 같은 사실이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필로폰을 투약했지만 검찰이 모발 검사 등을 하지 않아 억울하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진술 도중에는 검사를 향해 “검사 생활할 거면 확실하게 해라. 내가 사형 집행되면 네 머리 위에서 영혼으로 계속 놀아줄게”라거나 “나는 지금이라도 검사 팰 수 있다. 못 할 거 없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검찰은 A씨가 1심 공판 때까지도 마약 투약 사실을 주장하지 않다가 항소심에 이르러 투약을 주장하는 것은 감형받기 위한 것이라며 A씨 주장을 반박했다.
모발 검사로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이 약 1년인 것을 고려하면 지금에 와 모발 검사를 해도 투약 사실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감형을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A씨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을 언제든 해칠 수 있는 생명 경시 사상을 갖고 있으며 조금의 반성 가능성도 없다”며 “이미 재범 위험성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으며 무기징역이 선고될 경우 가석방 기회가 열려 있어 사형 외 어떠한 선택의 여지도 없다”고 1심과 같은 사형을 구형했다.
A씨는 최후 변론에서 “조금의 변명도 하기 싫고 사람을 죽인 자는 자기도 죽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사형제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 나도 사형 집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009년에도 살인을 저질러 지난해 1월 출소한 그는 이 사건을 포함해 두 명을 살해하고 여러 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인 미수에 그치는 등 각종 범죄로 인생 대부분인 29년 8개월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A씨에 대한 선고는 내년 2월 7일 오후 2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