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16조원, 이달말까지 집행” 가처분 명령…정부, 즉각 항소
미국 연방법원이 의회에서 승인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국제원조 예산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집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AP통신과 폴리티코 등이 4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대외 원조 예산 집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가운데, 법원은 이미 의회 승인을 받은 예산을 정부가 집행하지 않는 것이 사실상 불법이라고 규정하며 제동을 건 것이다.
아미르 알리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전날 낸 판결문에서 “피고 측이 예산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고는 예산을 집행할지 말지에 대해서는 재량권이 없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수십억 달러의 예산 집행 보류를 정당화할 수 있는 법률 해석은 없다”고 말했다.
알리 판사는 의회가 승인한 115억 달러(약 16조300억원) 규모의 국제원조 예산을 이달 말까지 집행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명령도 함께 냈다.
알리 판사는 전임 조 바이든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연방항소법원에 즉각 항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마이크 존슨(공화·루이지애나) 연방 하원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의회가 승인한 국제원조 예산 49억 달러(6조8천억원)를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예산 삭감 역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30일 회계연도 종료를 앞두고 예산 자동 소멸을 유도하는 ‘포켓 리시전'(pocket rescission) 조치를 활용할 방침이었다.
알리 판사는 포켓 리시전 조치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특별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의회의 조치’를 통해 이전에 편성된 예산의 삭감을 발동하는 것”이라며 행정부가 예산 집행을 보류하려면 의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에는 상·하원 표결을 거쳐 국제원조 예산 수십억 달러를 삭감한 바 있다.
앞서 비영리 단체들은 정부의 국제원조 예산 집행 중단이 연방법에 위배되는 것이고 가장 시급한 해외 생명 구조 프로그램의 자금줄을 차단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