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형(왼쪽) 군과 민형 군이 아버지 류태호(가운데) 제임스 매디슨대학교 교수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류주형·류민형 군 나란히 ‘차세대동포 모국 초청 연수’ 참가 눈길
‘정체성’ 교육 강조한 아버지 류태호 교수도 개회식 참석
광복 80주년을 맞아 재외동포청(청장 이상덕)이 주최하고 산하기관인 재외동포협력센터(센터장 김영근)가 주관한 ‘2025년 차세대동포 모국 초청 연수’에 형제가 나란히 함께한 특별한 참가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제임스 매디슨대학교 류태호(51) 교수의 아들인 주형(20) 군과 민형(16) 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형제는 자녀들에게 정체성 교육을 강조해 온 아버지 류 교수와도 함께 모국을 찾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나 인디애나를 거쳐 현재 버지니아대학교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있는 형 주형 군의 연수 참가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해 연수에서 가족 없이 홀로 온 친구들을 돕고 솔선수범했던 모습을 지켜본 재외동포협력센터 담당자의 권유로 다시 참여하게 됐다”고 2년째 참가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에서 대학 3학년을 마치는 시기는 인턴십을 해야 하는 시기여서 고민이 많았지만, 한인의 피를 이어받고 전 세계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이 한국에서 연수에 참여하는 동안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해 연수를 계기로 전 세계 동포 친구들과 네트워크를 맺은 것이 큰 자산”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로 생일을 축하해 주는 등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형 군은 부모의 영향으로 꾸준히 한국학교에서 한글과 한국 문화를 배우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인 외할아버지로부터 전쟁의 참상을 접하면서는 한반도 평화의 의미와 중요성도 깊이 새기게 됐다고 한다.
그는 주한미군을 위한 최저가 항공권 예약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 참여, 통일골든벨 대회 수상, 한미동맹재단 창립 학생 멤버 활동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애정을 행동으로 실천하기도 했다.
주형 군은 앞으로 대학 졸업 후 실리콘 밸리나 워싱턴 D.C.의 IT 기업에 들어가 한국과 미국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해 먼저 프로그램을 경험한 형의 권유로 함께 연수에 참가하게 된 동생 민형 군은 “부모님 덕분에 집에서는 늘 한국말을 사용해 한국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수 참가는 앞으로 제가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뿌리를 기억하고 간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의 다양한 한국인 친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속해 소통하며 모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계획하고 추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앨버말 고교 2학년인 그는 앞으로 경영학이나 국제관계학을 전공해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형 못지않게 한국의 역사와 한미동맹에 관심이 많은 민형 군은 현재 미주한미동맹재단 학생회장과 학교 학생회장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 형제는 음악적인 재능도 뛰어나다.
재즈 밴드에서 갈고 닦은 트럼펫과 클라리넷 연주 실력으로 지역 내 시니어 센터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을 위한 재즈 공연 등 다양한 봉사 활동을 벌여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봉사상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 태권도를 익혀 형제 모두 3단 단증도 보유하고 있다.
참가자 부모 가운데 유일하게 개회식 행사를 현장에서 끝까지 지켜 본 류 교수는 “두 아들의 이번 연수 참가는 오랫동안 지켜온 자녀 교육 철학의 연장선”이라며 그 핵심은 ‘정체성 확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이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도록 가정에서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 문화를 접하게 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류 교수는 “전 세계 700만 재외동포들이 유대인, 화교, 인도인만큼의 네트워크를 아직 갖추지 못했지만, 대한민국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그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이번 연수가 차세대 동포들이 모국과 굳건한 연결고리를 만들고, 한민족으로서의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데 중요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어 앞으로도 재외동포청의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차세대 동포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고 모국과의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외동포청의 차세대 모국 초청 연수 프로그램은 훌륭하다”며 한인사회에 널리 전파하겠다고도 했다.
‘2025년 차세대동포 모국 초청 연수’는 ‘정체성(Koreanity)’, ‘세계성(Globality)’, ‘연결성(Connectivity)’이라는 3대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전 세계 70여 개국 2천600여 명의 차세대 동포들은 지난주 진행된 1차를 시작으로 오는 8월 17일까지 9차례에 걸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K-산업 현장을 견학하며 모국 청년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