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내쉬빌한인회 허민희 회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회장님, 국가대표 축구팀이 멕시코와 친선경기를 하러 내쉬빌에 온답니다. 우리 한인들이 응원단을 꾸리면 어떨까요?”
순간 제 마음은 설렘과 부담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작은 도시 내쉬빌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정식 응원석을 마련하려면 3만 달러라는 거액의 보증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연합회와 내쉬빌한인회의 재정 형편으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손길이 다가왔습니다. 코리안페스티벌재단 강신범 이사가 주저 없이 보증금을 책임져 주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애틀랜타에서 맺어온 인연이 결국 이렇게 길을 열어주는구나’라는 생각에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후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국타이어, 윙앤버거, 시스콘, 안순해 이사장을 비롯한 여러 기업과 개인이 마음을 보태주셨습니다. 당초 500장만 준비하려던 응원 티셔츠는 1,500장으로 늘어났고, 응원 도구와 장비까지 완비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준비 과정에서 허민희 회장의 역할은 대단했습니다. 구단 측과의 협의, 응원단 구성, 각종 서류 절차까지 직접 발로 뛰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조차 감탄할 정도로, 흔들림 없는 리더십과 책임감으로 팀을 이끌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경기 당일. 붉은 티셔츠를 입은 수많은 한인들이 경기장에 모였습니다. 한 손에 태극기를 흔들고, 북소리에 맞춰 목청껏 외친 “대한민국 화이팅!”은 메아리처럼 경기장을 울렸습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한 청년이 제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회장님, 이렇게 큰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다니 가슴이 벅차네요. 오늘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날이에요.”
저는 그 말을 들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내쉬빌은 작은 도시지만, 그날의 함성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수적으로 더 많았던 멕시코 응원단에도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단합과 열정이 경기장을 압도했습니다.
이번 응원은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든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날을 통해 다시 한번 확신했습니다. 한인 사회가 마음을 모은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도 제 귀에는 그날의 외침이 생생하게 들립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이 함성은 내쉬빌을 넘어, 테네시 전역 그리고 미주 한인 사회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