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작년 총선 전 명품백·주가조작 의혹 방송에 ‘주의’ 취소
“대통령 배우자는 비판·논평 허용 공적인물…선거방송 아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다룬 CBS에 내린 방송통신위원회 제재는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CBS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제재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8월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작년 2월 2일 방송에서 당시 검찰이 수사 중이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을 다뤘다.
해당 방송에서 이언주 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미 국민들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가 있고요. (중략) 주가조작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어쨌든 과거에 대선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중략) 처가가 영부인 포함해서 한 22억인가 23억인가 이득을 봤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선거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법정 제재인 ‘경고’를 의결했고, 방통위는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경고 제재를 내렸다.
재심을 청구했지만 선방위는 ‘주의’로 한 단계만 낮췄고, 방통위도 이를 넘겨받아 작년 6월 ‘주의’로 변경했다.
이에 CBS는 제재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해당 방송과 발언이 선방위 심의 대상인 ‘선거방송’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방통위 처분은 심의 대상이 아닌 사항에 관한 선방위의 통보에 근거한 것으로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봤다.
또 “해당 발언들은 원칙적으로 폭넓은 비판·논평이 허용되는 대통령이나 그 배우자의 활동 등 공적 인물의 정치적 활동, 청렴성 내지 도덕성 등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이라며 “당시 사회적·정치적으로 화제가 되는 사안을 다룬 것일 뿐,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기타 사항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방통위는 선방위가 설치·운영되는 기간에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또는 각종 정치 현안을 언급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이 모두 심의 대상이라고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장대로라면) 어떤 방송이 심의 또는 제재 대상이 되는 선거방송인지 알 수 없게 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법 규범 해석의 예측가능성을 박탈할 가능성이 있어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앞선 ‘경고’도 취소해달라는 청구에는 “‘주의’는 ‘경고’를 완전히 대체하거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처분에 해당해 그 효력을 상실했다”며 따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며 각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