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고급 부동산 매매 비리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죠반니 안젤로 베추(75·이탈리아) 추기경이 법원에서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바티칸 법원은 16일(현지시간) 횡령·직권남용·위증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베추 추기경에게 상당수 혐의 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베추 추기경은 거액의 손실이 발생한 교황청의 부동산 투자에 관여하고 성금을 전용·낭비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교황청은 2014∼2018년 사이 총 3억5천만 유로(약 4천947억원)를 투자해 런던 부촌인 첼시 지역의 고급 건물을 매입·관리해오다가 1억4천만 유로(약 1천979억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은 채 지난해 이 건물을 매각했다.
애초부터 가치가 높지 않았던 부동산을 교황청이 국무원 주도로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막대한 투자 손실을 봤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교황청이 투자했던 시기는 베추 추기경이 국무원 국무장관으로 있던 때다.
해당 사건은 교황청의 오랜 병폐인 방만하고 불투명한 재정 운영 문제를 드러냈고, 특히 신자들의 헌금으로 조성돼 빈곤층 지원에 쓰이는 ‘베드로 성금’이 투자 밑천이 됐다는 점에서 교계 안팎의 비난을 받았다.
바티칸 검찰은 2021년 7월 베추 추기경의 투자 비리 개입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부동산 매매 브로커를 비롯한 다른 피의자 9명도 함께 기소됐다.
베추 추기경은 2011∼2018년 교황청 국무원 국무장관, 2018∼2020년에 시성성 장관을 지냈다. 시성성은 교회가 공경할 성인을 선포하는 시성을 관리·감독하는 곳이다.
한때 차기 교황으로 거론될 정도로 교황청의 실세 중의 실세로 꼽혔던 베추 추기경은 2020년 9월 24일 시성성 장관직에서 전격 경질됐다. ‘교황청 2인자의 몰락’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추기경 직함을 유지하되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투표권 등 추기경으로서 권한도 반납해야 했다.
베추 추기경은 2년 넘게 끌어온 재판 과정에서 “한 푼도 훔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나 자신이나 내 가족을 부유하게 한 적도 없기 때문에 결백하다”면서 혐의를 줄곧 부인했다. 그는 이날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할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