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YouTube 캡쳐
눈빛으로 서사를 담아낸 ‘박은빈’ 배우
K-사극의 저력을 보여준 ‘연모’가 비극적 운명에서 해방된 등장인물들의 새로운 출발을 보여주며 지난달(12월) 막을 내렸다.
‘연모’는 쌍둥이로 태어나 여아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던 아이가 오라비 세손의 죽음으로 남장을 통해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궁중 로맨스이다.
이소영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으며 젊고 매력적인 청춘스타 배우들의 호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는 방영 내내 꾸준히 월화드라마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켰고 마지막 회는 12.1%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원작은 핵심 주인공들을 제외하면 실존 인물들도 다수 등장하고 어느 정도 실제 역사와 사건을 연상시키는 배경이었다면, 드라마는 남주인공의 설정을 비롯하여 많은 부분이 오리지널로 각색되며 가상 역사물로서의 성격이 더 강화됐다.
남장 여인이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국내 로맨스 사극에서 익숙한 편이지만, ‘연모’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남녀차별이 극심했던 가부장적 유교 사회였던 조선에서 여인이 신분을 감추고 왕위에까지 오른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 이휘/담이는 권력다툼의 틈바구니에서 쌍둥이 오빠와 엄마를 잃고 억지로 세자가 되어 남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지만, 기구한 운명에 좌절하지 않는 꿋꿋하고 주체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인물로 묘사됐다. 이휘는 남장여인이라는 설정을 넘어 실제로도 사건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오히려 남자주인공인 정지운을 여러 번 위기에서 구해내어, 관계의 전복이나 클리셰들이 일상을 비트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모’는 가상 역사물이라는 특성을 활용하여 일반적인 사극에서 따라붙기 쉬운 고증과 현실성에 대한 비판을 피해 가는 한편, 자유로운 상상력과 현대적인 감성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했다. ‘연모’가 아무리 퓨전 사극임을 고려해도 시대상에 대한 이해나 개연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무리수 설정들이 많았다.
하지만 ‘연모’는 결국 비극적 운명에 맞서는 이휘와 정지운의 모습을 통하여 억압된 기성 질서에 맞서는 청춘들의 모습을 그려낸 판타지물에 가깝다. 한기재-정석조-혜종 등으로 대표되는 어른들이 명분으로 포장된 기득권과 구질서를 지키기 위하여 주변을 희생시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작은 행복과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함께 투쟁한다.
오히려 현대극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은유나 사회적 금기, 감정선까지도 판타지화된 세계관 내에서 자유롭게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은 최근 로맨스 사극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 공개됐던 ‘연모’는 방영 중 전 세계 시청 순위 톱10의 자리를 꾸준하게 지켰으며 방영 내내 시청률 면에서도 1위를 기록했으며 아시아권 넷플릭스에서는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K 드라마는 영상미와 인물들의 서사는 실제로 많은 작품에서 신경 쓰는 요소다. 특히 ‘연모’는 사극 특유의 관습화된 촬영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인물들의 서사와 섬세한 심리 묘사, 권력의 배치와 드러나는 고급스러운 영상미와 아름답고 다채로운 색감의 한복까지 매력이 넘치는 드라마이다.
주인공 이휘 역의 박은빈은 사실 작은 체구와 여성스러운 외모 때문에 중성적인 매력이 요구되던 이휘의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직 연기력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박은빈 배우는 ‘연모’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2021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 인기상,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해 배우로서의 저력을 확고히 증명했다.
아역부터 시작한 박은빈이 나온 작품은 그의 외적 성장뿐 아니라, 연기력의 변화를 함께 보여준다. 최근 ‘연모’에서 눈빛만으로 감정을 표현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아역 배우는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박은빈의 과거 작품들이 말해준다.
참 맑고 진중한 박은빈 배우에 대하여 개인적인 팬심으로 계속해서 과거의 작품들과 인간 박은빈에 대하여 하나씩 소개하려 한다.
권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