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찰·구금시설·법원 연결 구조 속 이민 단속 일상화
미국 내 이민 단속 방식이 눈에 띄지 않는 형태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이민자 커뮤니티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직접 단속보다 지역 경찰과 구금시설, 이민법원으로 이어지는 ‘지역 시스템’이 사실상 단속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이민 단속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최근 아메리칸 커뮤니티 미디어 주최 브리핑에서 시러큐스 대학교 연구교수 오스틴 코처는 “모든 이민 단속은 지역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의 교통 단속이나 신고 출동 같은 일상적인 법 집행 활동이 체포로 이어지고, 이후 구금시설과 이민법원 절차를 거쳐 추방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코처 교수는 특히 이 과정에서 연방 정책보다 지역 조건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체포가 이루어진 도시, 구금시설 위치, 사건을 담당하는 이민법원, 변호사 접근 여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ICE가 지방 법 집행기관에 이민 단속 권한을 일부 위임하는 ‘287(g) 프로그램’의 확대도 주목했다. 현재 약 1,300개 이상의 기관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만, 일부는 실제 단속 강화보다는 정치적 메시지 전달을 위한 상징적 참여 성격도 있다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캘리포니아 주 상원 법안 54(SB 54), 이른바 ‘피난처법’을 통해 지방 경찰의 연방 이민 단속 협력을 제한하고 있다.
이 법은 주 및 지방 법 집행기관이 ICE와 직접 협력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브리핑에서는 법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협력의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경찰이 공식적으로 단속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현장 질서 유지, 정보 공유, 구금시설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를 ‘보이는 단속’과 ‘보이지 않는 단속’으로 구분했다.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공개 단속은 정치적 메시지의 성격이 강한 반면, 실제 추방 규모는 지역 시스템 내부의 비가시적 단속 과정에서 결정된다는 분석이다.
코처 교수는 “눈에 띄는 단속은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실제 시스템은 훨씬 더 조용하게 작동한다”고 말했다.
정보 접근의 한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데이비드 로이 , 수정헌법 제1조 연합 법률 담당 이사는 캘리포니아 벤투라 카운티 사례를 소개하며, 셰리프 요원들의 활동을 확인하기 위한 바디캠 영상 공개 요청이 ‘수사 기록’이라는 이유로 거부됐다고 밝혔다.
로이는 “해당 활동은 수사가 아니라 질서 유지 목적이었음에도 기록 공개가 거부됐다”며 “법 집행기관들이 예외 조항을 지나치게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소송을 통해 영상은 공개됐지만, 기록이 존재해도 제도적으로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연방 정보공개청구(FOIA) 처리 지연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국토안보부 관련 자료의 경우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MuckRock의 엘리자베스 클레멘스는 “정보공개 요청은 보다 구체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한인 사회를 포함한 이민자 커뮤니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 이민자는 “예전에는 ICE 단속이 뉴스 속 특정 사건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경찰 단속 자체가 불안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민자는 “교통 단속이나 사소한 신고도 이민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외출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상화된 단속 인식’이 커뮤니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서류 미비자뿐 아니라 합법 체류자들 사이에서도 불안 심리가 확산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민 단속 문제를 단순한 정책 차원이 아닌 민주적 통제와 정보 접근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록은 존재하지만 공개되지 않고, 데이터는 존재하지만 해석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과 지역사회의 감시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이는 “포기하지 않는 지속적인 정보 요구와 감시가 필요하다”며 “보이지 않는 권력이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