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의심자 증가, 자가 진단과 정신과 방문 증가

4년새 20대 4배↑·30대 7배↑

실제 성인 ADHD 환자도 크게 늘어…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박모(30) 씨는 최근 서울의 한 정신과 병원을 찾아 10만원을 내고 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검사를 받았다.

박 씨는 9일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명 댄서가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성인 ADHD 진단을 받는 모습을 보고 ‘혹시 나도?’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예전부터 할 일을 미루거나 집중을 못 하고 자주 깜빡하는 버릇 탓에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병원에서는 ADHD가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웃었다.

직장인 김모(29) 씨도 이번 주말 성인 ADHD 검사를 예약했다.

김씨는 “인스타그램에서 ‘계속 미루는 당신. 게으른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ADHD입니다’ 같은 게시물을 보고 호기심이 들었다. 병원에 전화했더니 증상을 묻지 않고 ‘검사 비용이 8만원이니 해보라’ 하더라”며 “꽤 비싸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결국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성인 ADHD 개념이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ADHD 자가 진단을 해 보거나 실제 병원을 찾아 검사받는 20∼30대 젊은 층이 늘고 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도 ‘성인 ADHD 체크리스트’, ‘성인 ADHD가 흔히 보이는 증상 10가지’ 등의 자가 진단을 위한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X(옛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22개 문항으로 이뤄진 테스트를 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등 ADHD 검사가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정모(28) 씨는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다가 갑자기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기도 하고 일을 한번 시작하면 끝을 못 내서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검사를 했더니 ‘ADHD가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요새는 설령 ADHD라고 해도 ‘뭐 어때?’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DHD 치료 후기와 함께 치료제를 처방해주는 병원, 복용 후기 등을 공유하는 글과 댓글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실제 병원에서 진료받은 성인 ADHD 환자 역시 크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ADHD 증상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3만9천696명으로 2018년(5만9천275명)의 2.4배에 달했다.

특히 30대 환자가 2018년 2천325명에서 작년 1만6천376명으로 7배로 급증했고, 20대 환자도 같은 기간 7천610명에서 3만3천672명으로 4배로 늘었다.

ADHD는 주의력 부족과 산만함, 과잉 행동, 충동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다양한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질환 자체가 많이 알려지고 증상을 뒤늦게 자각해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점도 성인 ADHD 환자가 빠르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 자체가 많이 알려진 데다 경제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을 중시하고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의 문턱이 많이 낮아진 측면도 있다”며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치료받게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테스트가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약으로 나의 정신 기능을 쉽게 바꿀 수 있다는 풍조도 일부 반영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히 청년들이 불안함이나 박탈감을 많이 느끼는 사회에서 ‘나의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챙겨야 한다’는 분위기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성인 ADHD 연령대별 유병률(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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