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영 시인 신앙고백 시집 ‘하루는 믿고 하루는 의심하는’ 표지[도서 출판 상상인 제공]
신작 ‘하루는 믿고 하루는 의심하는’… 흔들림 속 진솔한 믿음의 여정 담아
“하루는 믿고 하루는 의심한다.”
미국 시애틀에서 활동하며 오랜 시간 문학과 신앙의 길을 걸어온 재미동포 작가 한혜영(72)이 흔들림마저 신앙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고백 시집을 펴냈다.
신작 ‘하루는 믿고 하루는 의심하는'(도서 출판 상상인)은 믿음과 회의, 고백과 각성, 낮춤과 일어섬의 순간을 투명한 언어로 붙들며 내적 여정을 기록한다.
책 제목처럼 시인은 흔들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삶의 리셋’에서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 세상 시계는 리셋되었다”고 적으며, 인간의 지속되는 시간(크로노스)이 은총의 순간(카이로스)으로 넘어가는 결단을 드러낸다.
시집은 욕망과 회개 사이의 긴장도 솔직하게 기록한다. ‘양철지붕 위의 욕망’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삶의 열기 위를 버티는 자아는 ‘고도(高度)의 유혹’에 흔들리는 인간의 본성을 비춘다. 시인은 ‘승리의 감정’이 아닌 ‘체온의 윤리’로 말하며, 발바닥의 통증과 미세한 감각 속에서 신앙의 자리를 다시 찾는다. 기복적 신앙에 대한 비판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복을 구하는 자들’에서 시인은 “복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고도 복이 무엇인지 모르는” 신앙의 공허를 겨냥하며, 복을 “하나님 말씀 안에 둥지를 짓는 하루”로 새롭게 정의한다.
이 시집은 의심조차 믿음을 향한 터널임을 보여준다. ‘입장 바꿔 보기 1’에서 베드로의 배반을 ‘먼 타자의 윤리’가 아닌 ‘나의 자리’로 끌어오며,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는 법”을 신앙의 훈련으로 제시한다.
한 시인은 해설에서 “욕망의 발목을 스스로 낚아채고, 욕망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멀리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긴다는 것을 믿으며 한층 홀가분한 마음으로 ‘삶의 리셋’을 선언했다”며 “예수의 목숨값으로 받은 시계를 심장에 간직하고도 형편없는 삶을 기록했던 탕자에게도 집이 있다”고 고백했다.
황복실 작가는 추천사에서 “정제된 시어가 믿음의 근육을 수선했다”며 “우울하고 답답할 때, 기도하고 싶을 때 꺼내 읽으면 마음이 회복된다”고 평했다.
충남 서산에서 출생해 1990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이민한 그는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고, 1997년 미주 ‘추강 해외문학상’ 신인상, 계몽문학상, 한국아동문학창작상, 제5회 동주해외작가상, 제5회 해외풀꽃시인상, 제2회 선경작가상 등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시집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 ‘뱀 잡는 여자’, ‘올랜도 간다’, ‘검정사과농장’, ‘맨드라미 붉은 마당을 맨발로’가 있고, 동시집으로는 ‘닭장 옆 탱자나무’, ‘큰소리 뻥뻥’, ‘개미도 파출소가 필요해’, ‘치과로 간 빨래집게’ , 시조집 ‘뒷모습에 잠깐 빠졌을 뿐입니다’, 장편소설 ‘된장 끓이는 여자’, 장편 동화 ‘날마다 택시 타는 아이’, ‘뿔 난 쥐’,’영웅 소방관’ 등 다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