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 손정훈 담임목사
어린 시절 시골 동네 산비탈에 있는 천막 교회에서 한 동안 예배를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자리까지 질척거려서 예배드리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파란 눈의 미국인 선교사가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설교하였는데 그 소리와 그 광경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릅니다. 또 한참을 지나 입학한 대학에서는 매주 채플 예배를 드렸었는데, 창립자인 미국 선교사의 동상 앞을 지나갈 때면 100여년 전에 조선 땅에 건너와 땀과 눈물을 쏟았던 그와 강한 유대감을느끼곤 하였습니다.
이제 그로부터 또 다시 30년이 흘러 우리 선교사가 선교지에 세운 미션스쿨을 방문하는데, 참으로 신비로운 감동을 경험합니다. 낯선 언어로 삐약거리며 병아리 떼처럼 모여 앉아 부활절 특순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 듯 묘한 기시감이 드는 것입니다. 백 수십년 전에 조선 땅에 선교사를 보내어 우상 숭배에 빠져 있던 조선의 백성들을 구원하셨던 하나님이 그렇게 구원받은 조선인들의 후예를 들어 또 다른 나라 백성들을 구원하고 계몽하는 일에 쓰고 계셨던 것입니다. 수 많은 인간들이 이 땅에 나고 죽고 또 다시 다른 세대가 태어났지만, 세상을 향한 당신의 주권을 한 치도양보하지 않으시는 우리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변함없이 인류 구원의 대 역사를 묵묵히 이루어 가고 계신 것을 보는 일은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올해도 어김 없이 그 분께 구원의 은혜를 입은 이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예수님의 고난 당하심과 죽으심, 부활 승천하심을축하하고 기념하는 고난주간과 부활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번 고난주간 중 금요일에는 성 금요예배가 드려지며, 부활주일예배 동안에는 특별한 찬양으로 주님의 부활하심을 함께 기뻐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여러 성도님들도 자신의 삶을 특별히 구별하여 드림으로써 주님의 고난과 이어지는 부활의 영광에도 다 함께 동참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