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운동화 이어 ‘마가 모자’ 팔며 후원금 끌어모으지만 역부족
주거래 은행들 ‘1·6폭동’ 후 거래 끊어 은행대출도 쉽지 않아
부동산 갑부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악의 경우 부동산 자산을 급히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자사 부풀리기 사기 대출 의혹’ 민사재판에서 패배해서 6천억원이 넘는 벌금을 한달 내에 마련해야 하는 전례없는 재정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CNN 방송은 1일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기 혐의 민사 재판에서 패소하며 떠안은 ‘벌금 폭탄’ 최소 4억5천400만달러(약 6천69억원)를 꼼짝없이 공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1심 판결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불복해, 지난달 26일 항소하면서 벌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선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전체 벌금의 4분의 1에 못미치는 1억달러 상당 채권을 공탁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꼼짝없이 벌금액 전체에 해당하는 액수를 공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항소 진행을 위해선 신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공탁을 완료해야 한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28년 전 자신이 저지른 성추행 피해자인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소송에서도 패소해 8천330만 달러(1천113억원)의 배상금도 내야 한다.
연방 법원은 조만간 2심 판결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장 조달해야 하는 돈이 5억달러를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자금 모금단체인 슈퍼팩(Super PAC) ‘마가’에 몰려드는 정치후원금 대부분을 소송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는 최근 후원금 마련을 위해 399달러에 판매되는 ‘황금 운동화’를 내놓은 데 이어 이날은 검은색 ‘마가 모자’를 50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지자들의 자발적 벌금 모금 운동도 이어지고 있지만 천문학적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기간에 거액의 돈을 충당할 현실적 방법은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거나 자산을 급히 매각하거나 항소 채권을 발행하는 3가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래했던 대형 은행의 상당수는 현재 그와 금융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주거래 은행이었던 도이체방크는 2021년 1·6 의회폭동 사태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래를 끊었고, 시그니처 뱅크 역시 같은 시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절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2년 캘리포니아 조새의 악소스 뱅크로부터 1억달러를 차입했지만, 이 은행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추가 대출을 허용할지는 불투명하다고 CNN은 전망했다.
또 다른 선택지는 항소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지만, 채권 시장에서 비중 자체가 1%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작고 개인이 거액의 채권을 확보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부동산으로 채권을 담보하는 경우 유동성이 낮아 한층 큰 규모의 담보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부 자산을 급히 팔아 치워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변인들은 법원이 유예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해 왔다.
다만 이 경우 막대한 별도의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제값을 받지 못하고 헐값에 인도해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복잡한 송사에 매여있는 만큼 자산 매각과 관련해서는 법원이 지정한 감시관의 별도 심사 또한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