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이민 1세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고 재외동포의 삶을 어렴풋하게 떠올린 적이 있었어요. 우리나라가 잘살게 된 데는 헌신적으로 모국을 도운 재외동포들도 있었을 거예요.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재외동포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지하보도 나들길에서 개막한 ‘2024 국가브랜드업 전시회’를 딸과 함께 둘러본 김성화(40) 씨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이금이 작가가 2020년 펴낸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백여 년 전 일제강점기 시대에 이민 1세대 재외동포와 결혼해 하와이에 정착해 살아가는 세 여성의 연대와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와 재외동포청,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700만 재외동포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전시회는 재외동포 이주사, 고국을 위해 헌신한 재외동포들의 이야기, 한국을 빛낸 숨겨진 재외동포 영웅들, 각국 교과서 등에 등재된 자랑스러운 한국의 모습, 반크와 재외동포의 노력으로 바르게 알려진 한국 이야기 등으로 구성됐다.
지하철 4호선 이촌역과 연결된 지하보도에 마련된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재외동포의 역사를 소개한 전시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현장에 배치된 도슨트 5명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알기 쉽게 전시 내용을 소개했다.
전시 첫날 일일 도슨트로 나선 반크 청년 인턴 민정인(20·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 2학년) 씨는 “외국책 중에 한국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은 활동을 소개하면서 문제가 된 책을 펼쳐서 보여주니 고개를 끄덕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민씨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한국 민주주의·경제 발전의 날’을 세계적인 국가 기념일로 만들기 위한 캠페인 작업을 했는데, 관람객들이 한국의 정치·경제 발전상을 소개한 코너에 많은 관심을 보여 뿌듯했다고도 했다.
평소 K팝과 한류에 관심이 많다는 네덜란드인 줄리언 스미스(22) 씨와 캐롤라인 봉가(30) 씨는 우연히 전시장에 들러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스미스 씨는 동국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 중이고, 봉가 씨는 일본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다가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최근 서울로 왔다.
민씨는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이 주네덜란드 한국 대사 시절 현지 교과서에 실린 한국 관련 오류를 시정하고 발전상을 수록한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교과서에는 한국의 70년대 사진과 함께 ‘낙후된 나라’라는 설명이 담겼었다.
한국어를 모른다는 이들은 도슨트 영어 설명을 들으며 “네덜란드에도 한국이 점점 많이 알려져서 이제는 아주 친숙하다. 교과서 내용이 제대로 바로잡혀서 네덜란드인으로서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재외동포들과 함께 세계 곳곳에 알리고 싶은 특별한 날을 지정하고 싶다고 제안하는 ‘한국의 ○○날’ 코너에도 관심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태극기에 대한 고마움을 더 가져야 한다며 ‘태극기의 날’을 제안했고, 다른 시민은 한민족을 대표하는 노래인 아리랑이 정식 기념일이 됐으면 좋겠다며 ‘아리랑의 날’을 제안하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120여년 전 한인들의 발이 되어준 이민선 갤릭호 모형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1902년 12월 인천 제물포항을 출발한 한국인 이민자 100여명이 1903년 1월 미국 하와이에 도착하면서 이민 역사가 시작되는데, 이를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타륜 모형이 포함된 이민선 포토존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