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ine Song at Berlinale 2023. Credits=Creative Commons
이민 경험 담은 자전적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작품상·각본상 후보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여성·신인감독 영화 드물어…수상 여부 관심
“‘패스트 라이브즈’ 감독 셀린 송이 오스카에서 여성감독이자 첫 영화로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미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23일(현지시간) 발표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들을 전하며 작품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를 특별히 이렇게 조명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1월 독립영화제 선댄스에서 영화감독 데뷔작을 처음 선보인 송 감독이 1년 만에 오스카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르는 이례적인 기록을 썼다고 강조했다.
버라이어티가 지난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카데미 역사에서 여성감독이 데뷔작으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사례는 과거에도 두 차례 있었다.
‘작은 신의 아이들'(1986)을 연출한 랜다 헤인즈 감독은 제59회 시상식에서 데뷔작을 작품상 후보에 올린 첫 여성감독으로 기록됐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또 ‘바비’로 올해 각종 시상식을 휩쓴 그레타 거윅 감독이 연출 데뷔작 ‘레이디 버드'(2017)로 작품상·감독상·각본상 후보에 올랐으나, 역시 수상은 불발됐다.
만약 ‘패스트 라이브즈’가 이번에 작품상을 받게 되면 여성감독의 데뷔작이 작품상을 받는 첫 번째 기록을 쓰게 된다.
지난해까지 아카데미 역사에서 여성감독의 영화가 작품상 후보로 지명된 것은 총 19차례였으며, 처음으로 수상한 감독은 ‘허트 로커'(2008)를 연출한 캐스린 비글로 감독이었다고 버라이어티는 전했다.
이후 두 번째 여성감독 수상 사례는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2020)였다.
자오 감독은 아카데미 작품상의 주인공이 된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감독이었다.
송 감독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첫 한국계 여성감독이다.
한국인 또는 한국계 감독의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지명된 것은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2021년 한국계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이후 세 번째다.
외신들은 이번 작품상 후보에 ‘패스트 라이브즈’를 비롯해 거윅 감독의 ‘바비’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 등 여성감독의 영화가 3편이나 오른 데에 의미를 부여했다.
과거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여성감독의 영화가 2편씩 오른 적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3편이 한꺼번에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상당수 매체는 거윅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변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거윅과 송 감독은 감독상 후보에서 제외됐고, 트리에만이 감독상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을 놓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비롯해 올해 최고 흥행작 ‘바비’, 오스카 감독상 후보에 10번째로 지명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의 ‘플라워 킬링 문’,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추락의 해부’ 등 쟁쟁한 작품들과 경합하게 돼 수상 가능성을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작품상 후보작이 10편에 달하는 것은 아카데미 회원들의 표가 분산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승산이 그리 적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각본상의 경우 경쟁작이 ‘추락의 해부’, ‘바튼 아카데미’,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메이 디셈버’ 등 4편으로 상대적으로 적고, 강력한 경쟁작인 ‘오펜하이머’와 ‘바비’가 각색상 후보로 빠져 송 감독이 수상을 기대해볼 만하다.
영화자료 사이트 IMDB에 따르면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 1년간 미국 독립영화 시상식인 고섬어워즈 작품상,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을 비롯해 미국의 지역별 각종 영화제와 국제영화제에서 총 64개 상을 휩쓸었다.
수상 후보로 지명된 횟수는 이번 아카데미 2개 부문과 최근 골든글로브 5개 부문을 포함해 총 185차례에 달한다.
영화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비평가들이 매긴 평균 점수는 현재 96%(100% 만점)를 기록하고 있다.
비평가들은 “환상적으로 연출된 완벽하게 매혹적인 영화”, “6개월 전에 봤지만 아직도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근래 가장 인상적인 감독 데뷔작”,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처절한 성찰”, “세련된 이야기와 경험 많은 감독을 능가하는 연출” 등의 평을 남겼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남녀가 20여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엇갈린 운명 속에 인생과 인연의 의미를 돌아보는 과정을 그렸다. 12살 때 부모를 따라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