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외교단 상대 신년 연설에서 대리모 출산 ‘개탄’
우크라·가자 등 전 세계 분쟁 해소·평화 촉구…군축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8일 여성이 다른 사람의 아기를 낳는 행위는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대리모 출산을 금지하자고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교황청 외교단을 상대로 한 신년 연설에서 “평화의 길은 어머니 배 속에 있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아기는 언제나 선물이지 결코 불법 거래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어머니의 물질적 궁핍을 악용해 여성과 아기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대리모 관행이 개탄스럽다”며 “나는 국제사회가 이러한 관행을 보편적으로 금지할 것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6월에도 대리모 출산을 “비인간적인 관행”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전 세계에서 대리모 출산을 허용하는 국가는 소수다. 대리모에게 수수료를 내는 ‘상업적 대리모’를 허용하는 곳은 미국의 일부 주와 인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이다.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캐나다, 브라질, 콜롬비아 등은 대리모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거나 합리적인 비용만 지급하는 이른바 ‘이타적 대리모’만 허용한다.
특히 대리모 출산은 바티칸이 속한 이탈리아에서 민감한 이슈다. 이탈리아에서는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갖는 것은 불법이며 의회는 해외에서 대리모를 이용하는 커플도 처벌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에서 발의한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해외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낳은 커플은 최저 3개월에서 최고 2년의 징역형, 최고 100만 유로(약 14억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현주 주교황청 한국 대사 등 교황청 외교단과의 신년 하례식을 겸한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포함한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현대 전쟁에서는 군사적 목표와 민간인 목표의 구분이 더는 존중되지 않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그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군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무기는 억지력이 없으며 오히려 무기 사용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무기로 잘못 쓰이는 자원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진정한 세계 안보를 추구하는 데 그 자원을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가자지구의 휴전과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에서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인질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
교황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휴전하고 가자지구의 모든 인질을 즉각 석방할 것을 관련 당사자들에게 다시 한번 호소한다”며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과 예루살렘의 국제적 특별 지위 보장을 단호하게 추진해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이 마침내 평화와 안전 속에서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해마다 1월 초가 되면 교황청과 외교관계를 맺은 183개국 외교 사절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국제 정세와 외교 현안에 대한 교황청의 입장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