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웃으며 훈련하는 손흥민과 황희찬. 사진=연합뉴스
싱가포르 상대로 튀니지·베트남전 10골 몰아친 기세 이을까
클린스만호의 공격진이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일정에 맞춰 경기력을 한층 끌어올리면서 또 한 번 안방에서 기록적 골 잔치를 펼칠지 기대감도 커진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1차전을 치른다.
안방에서 열린 직전 경기가 지난달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친선전이었던 터라 팬들은 다시 대승을 기대한다.
클린스만호는 베트남전에서 골 폭죽을 터뜨리며 6-0으로 이겼다. 그보다 사흘 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전에서도 4-0으로 이기고 웃은 만큼 3연속 대승을 이룰지도 주목된다.
싱가포르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5위의 약체이기도 하지만, 최근 클린스만호 공격진이 동시에 물오른 기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장 손흥민은 특급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떠난 이후 명실상부 토트넘(잉글랜드) 공격의 핵으로 자리 잡았다.
10월 A매치 이후 정규리그 4경기에서 2골 1도움으로 활약이 매섭다.
무득점으로 그친 지난 11라운드 첼시전(1-4 토트넘 패)에서도 전반 한 차례 골 그물을 흔들며 예리한 감각을 보이기도 했다.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와 이 골은 아쉽게 무효가 됐다.
손흥민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몸 상태는 좋다. 시차 때문에 잠을 조금 못 자는 부분을 빼면 괜찮다”며 활약을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대표팀에서는 ‘후배 공격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손흥민은 “(황)희찬이, (이)강인이를 비롯한 모든 선수가 기량이 좋다. 장점을 발휘하도록 공간을 만들어주는 게 내 역할”이라며 “책임은 내가 앞서서 진다.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플레이를 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이 팀에서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선수들이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가야 한다”며 “공격수뿐 아니라 미드필더 등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이같이 자부심을 보일 정도로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최근 기세가 인상적이다.
황희찬은 아예 울버햄프턴(잉글랜드)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지난 14일에는 구단이 주는 10월 ‘이달의 선수’ 상까지 받았다.
황희찬은 11일 토트넘과 홈 경기(2-1 승) 전까지 5경기 연속 공격포인트(3골 2도움)를 기록했을 정도로 최근 감각이 예리했다.
10월 A매치 이후 열린 4경기에서도 1골 2도움을 올리며 울버햄프턴의 공격을 이끌었다.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에서 뛰는 이강인도 지난달 14일 튀니지와 국가대표 친선전을 기점으로 놀라운 공격포인트 생산능력을 뽐내고 있다.
튀니지전에서 A매치 첫 골에 더해 멀티 골을 작성한 이강인은 베트남전에서도 1골 1도움을 올리며 클린스만호의 A매치 2연전 승리를 이끌었다.
이때의 상승세가 소속팀에서도 이어졌다.
클럽 복귀 직후인 지난달 22일 스트라스부르전에서 PSG 입단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풀타임을 소화한 이강인은 바로 다음 경기인 25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AC밀란전에서 데뷔 골을 쏘아 올렸다.
그달 29일 브레스트와 원정 경기에서는 킬리안 음바페에게 감각적인 왼발 아웃프런트 킥으로 첫 어시스트를 배달했고, 지난 4일 몽펠리에전에는 왼발 슈팅으로 직접 골망을 흔들었다.
이달 들어서는 최전방에서 경쟁하는 오현규(셀틱)도 경기력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브렌던 로저스 감독 체제에서 입지가 줄어든 듯했던 오현규는 지난 2일 세인트 미렌전에서 올 시즌 첫 골을 터뜨리더니, 대표팀 소집 직전 경기인 애버딘전에서는 멀티 골을 폭발했다.
마침 국가대표 ‘선배들’도 싱가포르에 대승을 거둔 바 있다.
우리나라와 싱가포르의 마지막 대결은 33년 전인 1990년 9월 23일 베이징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경기였다.
당시 서정원, 고정운, 김주성이 나란히 2골씩 넣고 홍명보가 1골을 추가해 7-0으로 골 잔치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