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작가, 뉴욕도서관서 독자와의 만남. 뉴욕=연합뉴스
“뉴욕 지하철서 사탕 파는 아이 봐…그런 것에 화나”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열 살쯤쯤 돼 보이는 아이가 사탕을 팔았어요. 다음 역에서 아이가 내렸는데 이번엔 아기를 업은 젊은 여성이 타더니 또 사탕을 팔았어요”
정보라 작가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53번가 공공도서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 자리에서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관한 질문에 “나는 기본적으로 화가 날 때 쓴다”라며 이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정보라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이런 일들은 나를 화나게 만든다”며 “우리는 종(種)으로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분노를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온 그는 ‘대체 무엇이 당신을 화나게 만드냐’는 질문에 ‘뉴요커’들이 출퇴근길에 일상으로 무덤덤하게 지나치는 장면에 이처럼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앞서 전미도서재단은 번역가 안톤 허가 영어로 옮긴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의 영어판(‘Cursed Bunny’)을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최종후보로 선정했다.
전미도서상은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며, 최종후보작 다섯 작품 중 아시아권 작품은 저주토끼가 유일하다.
저주토끼 영어판은 지난해 영국 최고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번역가 안톤 허는 정보라의 글에 대해 “정밀한 검토 과정을 잘 견뎌낼 만큼 탄탄했고, 번역 작업은 쉬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매우 명확했다”며 “모든 것이 페이지 안에서 아름답게 들어맞았다”라고 평가했다.
슬라브 문학 박사인 정보라는 “글쓰기를 따로 배운 적은 없다”며 “러시아어와 폴란드어를 한국어로 옮기면서 글쓰기를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언어는 사람들이 가진 집합적인 세계관”이라며 “이제는 (러시아어와 폴란드어) 문법구조 뒤의 논리를 이해하다 보니 이런 것들이 한국어로 글을 쓸 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미도서재단은 오는 15일 전미도서상 수상작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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