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승 하프타임쇼 2주 만에 “위아 백”…뉴욕발 열차서부터 “웰컴”
‘그래미 보이콧’ 이후 첫 무대…객석 곳곳 응원 플래카드
“위아 백(We’re back).”
방탄소년단(BTS)이 1일 미국 뉴욕 인근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아리랑’의 두번째 북미 여정을 시작했다.
지난달 19일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 쇼 이후 약 2주 만이자, 2019년 5월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이후 7년 2개월 만에 다시 찾은 무대다.
미 동부에서 첫선을 보이는 ‘아리랑’ 무대인 만큼, 미국은 물론 캐나다, 남미에서도 팬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공연은 연막탄을 든 댄서들이 객석 사이 필드를 가로지르는 연출과 함께 시작됐다.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BTS는 곧바로 ‘훌리건(Hooligan)’, ‘에일리언스(Aliens)’, ‘달려라 방탄’을 연이어 선보였다.
이후 멤버들이 함께 “위아 백”(We’re back)을 외치자 스타디움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RM은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했고, 제이홉은 “7년 만에 이곳에 다시 돌아왔다”며 감격을 전했다.
공연에는 한국 전통 요소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연출이 이어졌다.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에서는 승무에서 영감을 받은 퍼포먼스가, ‘낫 투데이'(Not Today)에서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태극 빛깔 조명이 무대를 채웠다.
특히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에서는 상모를 연상시키는 LED 리본 퍼포먼스와 더불어 강강술래 연출 속에 아리랑 멜로디가 흐르자 7만8천명의 관중이 함께 떼창을 하며 공연은 절정을 맞았다.
무대 중앙에는 조선시대 경회루를 모티브로 한 정자형 파빌리온이 360도 개방형으로 들어섰다. 바닥은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를 형상화했다.
공연 전에는 국악과 민요를 배경 음악으로, 한지 질감의 화면에 아리랑의 역사와 의미를 소개하는 영상도 상영됐다.
이날 무대는 최근 BTS의 ‘그래미 어워즈’ 보이콧 선언 이후 처음 열린 스타디움 공연인 만큼 이를 응원하는 메시지도 다수 포착됐다.
관객석 곳곳에는 ‘그래미 꺼져라'(F*** GRAMMYS!), ‘누가 누굴 필요로 하는데'(WHO REALLY NEEDS WHO?), ‘자랑스러운 이방인'(Proud Alien)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샤이엔(20)은 “며칠 새 ‘에일리언스’가 완전히 다르게 들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에일리언스’는 BTS가 세계 무대에서 한국인으로 활동하며 느낀 정체성과 포부를 이방인(Aliens)에 빗대 표현한 곡이다. 가사에는 ‘우리만의 기준을 만들며 나아가겠다’는 의지와 ‘우리의 다른 모습과 생각이 곧 특별함’이란 메시지가 담겼다.
이 밖에도 한복 차림으로 태극기가 그려진 부채를 든 팬부터 ‘방탄 때문에 한국어 배워요’,’BTS, 같은 시대를 살고 있어서 행복해’, ’81세 아미’ 등 한글 플래카드가 대형 전광판에 잡히자 현장에서는 따듯한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공연장 주변은 물론, 뉴욕에서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부터 축제 분위기였다.
뉴욕 맨해튼 펜스테이션은 공연장으로 향하는 BTS 팬들로 가득 찼고, 현장 인파를 통제하던 역무원들은 손짓과 함께 “BTS! BTS!”라고 바쁘게 외치며 승객들을 안내했다.
열차 안에서는 행선지 안내 방송과 함께 “웰컴 투 BTS!”라는 멘트가 이어지자 객실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열차에서 만난 냐냐(19)는 스마트폰으로 BTS 멤버 정국 관련 기사를 읽고 있었다. 필라델피아에서 혼자 왔다는 그는 뉴욕·뉴저지 공연 이틀과 이후 볼티모어 공연 이틀 등 총 네차례 공연을 볼 예정이라고 했다.
그중 가장 저렴한 티켓이 약 350달러(약 50만원). 그는 “예전에는 너무 어려서 공연에 올 수 없었다”며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드디어 BTS를 보게 돼 감격스럽다”고 했다.
뉴욕에서 온 아티스트 조앤(29)은 BTS 멤버들과 서울 광화문 광장의 ‘아리랑’ 무대를 직접 그려 넣은 티셔츠를 입고 아미밤, 귀걸이와 열쇠고리, 스티커를 팬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한글로 ‘아리랑’을 새긴 그는 “한국어를 공부해 읽고 쓸 줄은 안다”며 “말은 너무 어렵다”고 웃었다.
곳곳에선 조앤처럼 직접 만든 굿즈를 서로 나눠주는 풍경이 펼쳐졌다.
켄터키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어맨다(31)는 “BTS 음악은 특히 가사가 가슴을 울린다. ‘너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게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는 그간 BTS 공연장을 수놓았던 상징색인 보라색 외에도, 이번 정규 5집 앨범 재킷 콘셉트에 맞춘 강렬한 붉은색 의상을 맞춰 입은 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BTS는 이날 도시별 랜덤곡으로 ‘런'(RUN), ‘병'(Dis-ease)을 선보였고,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을 수놓은 불꽃놀이와 함께 첫날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번 ‘아리랑’ 월드투어는 현재까지 총 88회로, K팝 가수 단일 투어 기준 최다 회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BTS는 2일 뉴욕·뉴저지 공연을 마친 뒤 보스턴 등 북미 남은 일정과 중동, 일본으로 투어 열기를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