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이 정치적 폭력, 여성 및 이민자 문제, 환경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국민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에스닉 미디어 서비스(Ethnic Media Services)에서 지난 8일 주최한 선거 분석 브리핑에서 전문가들은 다인종 사회의 확대가 진보 성향 증가로 직결된다는 기존 통념이 이번 선거를 통해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시카고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로버트 페이프 박사는 “정치적 폭력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대선 이후 미국 내 폭력 사태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페이프 교수는 “특히 2020년 이민자 시위 당시 발생했던 폭력 사태가 대량 추방 정책 추진 시 재현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당선인의 정책이 미국 주요 도시들에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적 폭력을 산불에 비유하며 “우리는 연소 물질은 측정할 수 있지만, 그 방아쇠가 될 사건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1월로 예정된 대규모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현재 미국 사회의 불안정한 상황을 우려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여성 유권자의 표심도 주목을 받았다. 출구조사 결과, 여성의 54%가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를 지지한 반면, 남성의 54%는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트거스 대학교의 켈리 디트마 연구 책임자는 “특정 성별에 대해 선거 결과의 책임을 묻는 서사는 정치적 폭력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며, 성별에 따른 유권자 행동을 단순히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2024년 10월 공공종교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사회가 지나치게 유약해지고 여성화되었다”는 인식은 2023년 48%에서 43%로 감소했으나, 이러한 의견은 공화당원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디트마 연구원은 “이는 해리스의 여성성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남성층이 많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경제와 이민 정책은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작용했다. 아메리카스 보이스(America’s Voice) 사무총장 바네사 카르데나스는 “경제 문제가 대중의 지지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9월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 중 81%가 경제 문제를 투표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민 문제 또한 공화당의 강력한 반이민 캠페인으로 인해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AAJC 회장 존 양은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들이 가족 초청 이민과 같은 친이민 정책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설명하며, AAPI 커뮤니티의 이민 관련 입장이 경제와 함께 중요한 선택 요인이 되었음을 밝혔다.
미국은 탈산업화 이후 청정에너지 산업을 통한 경제 회복을 모색 중이다. 시에라 클럽의 벤 질러스 사무총장은 “과거 제조업 공동화의 영향이 현재의 정치적 흐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했다. 2022년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내 에너지 및 기후변화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촉진했으며, 그 결과 2024년 8월 기준 약 33만 개의 청정에너지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질러스 사무총장은 “청정에너지 기술은 미래의 필수 요소이며, 다수의 공화당 지지자들 역시 지역 내 산업 활성화에 대한 강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