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팀 “나노약물로 뇌혈관장벽 기능 회복…치매 치료 가능성 제시”
치매 증상을 되돌리는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나노약물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생쥐의 뇌에서 1시간 만에 치매 병리 물질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60% 제거하고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
스페인 카탈루냐생체공학연구소(IBEC) 주세페 바타글리아 교수가 이끄는 중국·영국 공동 연구팀은 8일 국제학술지 신호 전달과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서 알츠하이머병 생쥐에 초분자 나노약물을 투여해 뇌혈관장벽(BBB)의 기능을 회복, 증상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은 빠른 고령화 진행으로 전 세계적인 보건의료 과제가 되고 있다. 치료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증상을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으며, 현재로서는 증상이 가벼운 초기에 진단해 진행을 늦추는 게 최선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병원체나 독소 같은 외부 위험으로부터 뇌를 보호하기 위해 뇌와 혈류를 구분하는 세포·생리학적 장벽인 뇌혈관장벽(BBB)에 주목했다.
알츠하이머병 병리 물질인 Aβ가 뇌에 축적되면 신경세포의 기능을 방해하는데, BBB 기능을 정상화하면 Aβ 같은 노폐물이 혈류로 배출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존 나노의학이 나노입자를 치료 분자 운반체로 사용해온 것과 달리, 그 자체로 생체 활성을 가지는 나노입자, 즉 신경세포 대신 뇌혈관장벽을 표적으로 하는 ‘초분자 약물'(supramolecular drugs)을 개발했다.
이어 알츠하이머의 모든 단계를 보여주는 모델 생쥐에 약물을 투여하면서 몇 달에 걸쳐 이들의 행동과 기억력 저하 여부 등을 분석했다.
초분자 나노 약물을 3회 투여한 결과, 유전적으로 Aβ 단백질을 과도하게 생성되고 인지 기능이 저하되도록 설계된 쥐 모델의 뇌에서 Aβ의 양이 주사 후 1시간 만에 50~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람 나이로 약 60세에 해당하는 12개월 된 쥐에 나노약물을 투여하고 6개월 뒤 행동을 분석한 결과, 18개월(사람 나이 약 90세) 된 쥐가 젊고 건강한 쥐와 같은 행동 능력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문제 중 하나는 Aβ 같은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뇌의 자연적인 청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이 연구는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환에서 혈관 건강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초분자 약물은 뇌혈관 시스템을 재설정하는 스위치처럼 작용, Aβ가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제거되도록 한다며 이를 통해 뇌혈관계가 원래의 노폐물 제거 경로를 회복하고 정상 기능을 되찾는다고 설명했다
바타글리아 교수는 “독성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가 축적되면 치매가 질행되지만 혈관이 다시 제 기능을 하면 Aβ와 다른 해로운 분자가 제거돼 전체 시스템이 균형을 회복한다”며 “이번에 개발한 나노입자가 약물처럼 작용해 이 제거 경로를 정상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출처 :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Giuseppe Battaglia et al., ‘Multivalent modulation of endothelial LRP1 induces fast neurovascular amyloid-β clearance and cognitive function improvement in Alzheimer’s disease models’, http://dx.doi.org/10.1038/s41392-025-024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