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부터 신문 지면을 통해 ‘방송비평’을 시도하는 등 ‘미디어비평’과 ‘미디어교육’을 국내에 도입한 승운(昇雲) 최창섭(崔昌燮) 서강대 명예교수가 지난 2일 오후 3시2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3일 전했다. 향년 83세.
경기 송탄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동성고, 서강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시라큐스대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에서 박사(언론학) 학위를 받았고, 1998년 호주 라트로브대에서 미디어교육학 박사 학위를 추가했다.
1973년부터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서 강의했다. 1988∼1990년 한국방송비평회장, 1989년 서강대 기획실장, 1992년 한국언론학회장, 1997년 서강대 사회과학대학장, 1997∼2007년 한국미디어교육학회장(초대), 1999년 한국PR협회장, 2000년 한국문화콘텐츠학회장, 2005∼2007년 서강대 교학부총장 겸 총장대행을 역임했다. 2007년 퇴직 후 2009년 한국미디어ㆍ콘텐츠학회연합 공동의장, 2010∼2013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 국회품앗이포럼 공동대표, 2017년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2022년 미디어연대 상임고문 등으로 활동했다.
제자인 김기태 호남대 명예교수는 고인을 “이론적으로 언론을 연구한 1세대 학자”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인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1970년대는 물론이고 1980년대까지도 나중에 신문활용교육(NIE)으로 연결된 ‘미디어교육’이나, ‘미디어비평’은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절”이라며 “1970년대에 방송과 경쟁 관계였던 신문에 ‘방송비평’을 싣는 것으로 미디어비평을 시작했고, 1985년에는 저서 ‘방송비평론’을 펴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1975년 2월1일자 조선일보에는 고인과 손용(1938∼2022) 중앙대 교수의 ‘방송시평(時評)대담’이 실렸다. 이 대담에서 고인은 “각 방송국의 편성부는 인간의 심장과 같고 편성표는 방송국의 개성과 노선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 즉 얼굴입니다. 방송국의 닮기(베끼기), 새치기 편성은 아직도 시청자의 눈을 무시한 채 몇몇 고위층의 손으로 편성이 뒤바뀌는 악순환을 보여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또 “대학에서 ‘방송제작론’ 등 방송에 대해 본격적으로 강의한 것도 고인이 처음이었다”고 덧붙였다.
유족은 부인 박진자씨와 1남1녀(최재훈<재미>·최진희<고려대 교수>), 며느리 오유록씨, 사위 김병규(연세대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 특실, 발인 5일 오전 6시40분. ☎ 070-7816-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