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년 디아스포라의 여정…첫 종합학술서로 나왔다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 기념사업회, ‘고려인 공동체의 운명과 선택’ 발간

1863년, 함경북도 농민들이 연해주로 건너가며 시작된 한인의 러시아 이주가 16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국내 학계와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기록한 ‘고려인 공동체의 운명과 선택: 그들의 역사와 삶'(박영사)이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고려인·한인 이주 1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공동 저작물로, 연해주 이주를 시작으로 한인의 디아스포라 여정, 이산의 고통, 정체성 확립, 그리고 공동체의 재형성과 미래까지를 총체적으로 담았다. 1863년 11월 30일 러시아 지신허로 이주한 13가구로부터 시작된 여정이 어떻게 세계 700만 재외한인 공동체로 이어졌는지를 구조적으로 조망한 첫 본격적인 학술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이주의 역사와 기억’을 주제로, 연해주 이주의 배경과 당시 조선 사회의 정치·경제적 맥락, 초기 이주민들의 삶과 정착 과정, 일제강점기 이주 확대와 강제 이주의 트라우마를 분석한다.

2부는 ‘고려인의 삶과 공동체’를 조명하며, 소련 붕괴 이후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 분포한 고려인 사회의 변화상과 문화적 지속성, 지역 공동체의 회복 노력 등을 다룬다. 3부에서는 ‘세계 한인의 관점에서 본 고려인’이라는 시선으로, 현재의 고려인을 재외동포 정책 및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 속에서 어떻게 재조명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공동 저술진은 임채완 재외동포연구원장, 윤인진 고려대 교수, 김동일 대구가톨릭대 교수, 기광서 조선대 교수, 최영화 호남대 교수,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 김병학 월곡고려인문화관장 등 각 지역에서 고려인 연구를 이끌어온 16명의 학자와 활동가들이다. 학술성과 현장성이 조화를 이룬 구성으로, 단순한 역사 기술서에 그치지 않고 정체성과 문화, 미래 전략까지 아우른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이 책은 ‘고려인을 단지 과거의 민족적 유산으로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세계시민으로 성장한 고려인과 한인 디아스포라가 앞으로 어떤 공동체 가치를 형성하고 한반도와 유라시아, 세계를 연결할 수 있을지를 모색했다.

책의 기획과 발간은 고려인·한인이주 160주년 학술 포럼을 조직했던 ㈔동북아평화연대, 지구촌 동포연대, 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연구원, 월곡고려인문화관 등이 중심이 됐다.

임채완 재외동포연구원장(전남대 명예교수)은 발간사에서 “고려인을 넘어 세계 한인에 대한 바람직한 정책 수립에 보탬이 되길 기원한다”며 “이 책이 소외된 재외한인의 존재를 정책적으로 조명하고, 세계 한인 평화공동체 형성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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