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 체제 3년 끝…’이임생 체제’ 닻 올린 한국 축구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로 선임된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독립 조직’ 기술본부 수장으로…한국 축구 ‘장기 철학’ 세울까

흔히들 한국 축구의 ‘선장’이 곧 국가대표팀 감독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감독은 우리나라의 최상위 팀이자 최정예 팀인 국가대표팀 운영을 책임진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전반적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은 국가대표팀 감독보다 대한축구협회 ‘기술 분야’ 최고직이라 보는 게 타당할 수도 있다.

28일 대한축구협회는 ‘2024년 제3차 이사회’를 열고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의 ‘상근’ 기술총괄이사 취임을 공식 승인했다.

협회는 지난달 12일 상근직 기술총괄이사를 신설, 이 위원장을 선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이사회가 이런 인사를 최종 승인하면서 공식적으로 한국 축구 기술 파트의 ‘원톱’으로 올라선 이 위원장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기술발전위원장을 겸임하는 이 총괄이사가 임원급으로 올라서면서 협회 행정의 핵심인 기술 분야의 명실상부한 총책임자가 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행정 분야인 경영본부와 대회 운영본부는 김정배 상근 부회장이 담당하는 구조다.

본래 실무상 기술 부문을 대표하는 건 황보관 전 대회기술본부장의 몫이었다.

2021년 2월 기존 ‘1본부 체제’ 조직을 ‘2본부’로 나눈 대한축구협회는 대회 운영을 비롯해 현장·기술 파트를 관장하는 대회기술본부의 수장 자리를 황보 전 본부장에게 맡겼다.

이 총괄이사가 기술발전위원회의 수장을 맡긴 했지만 기술 분야의 실무 조직들은 대부분 황 전 본부장 산하에 있었다.

3년간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한 황보 전 본부장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직을 내려놨고, 일반 강사로 행정가 경력을 이어가게 됐다.

황보 전 본부장 체제에서 이 총괄이사 체제로 전환은 현재 한국 축구가 처한 상황에 비춰보면 나름의 의미가 있다.

본래 실무상 기술과 대회 운영 부문이 함께 묶였지만 이제 기술 분야가 이 총괄이사 아래에서 독립적으로 대표된다.

협회는 기술 분야 행정의 인적 쇄신·전문성 강화가 이번 인사의 목표라고 밝혔다.

황 전 본부장 때와 달리, 임원급 직책을 새로 만든 후 ‘상근직’으로 분류한 행정도 기술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협회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체제에서 특유의 ‘빌드업 축구’를 앞세워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축구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색깔이 없다’는 비판에 마주했다.

특히 축구대표팀이 장기적으로 어떤 축구를 지향하는지 알 수 없게 됐다는 날카로운 비판에 직면했던 협회는 ‘철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번 조직 개편을 진행한 걸로 풀이된다.

이 총괄이사는 축구 기술 발전과 지도자 교육 등 엄밀한 의미에서의 ‘기술 영역’을 넘어 국가대표팀과 관련된 업무도 맡게 된다.

협회는 이번 이사회를 통해 기술총괄이사 아래 기술본부장에 각종 행정에 능통한 김대업 전 대회기획팀장을 발령, 축구 철학 등 추상적 가치를 세우는 데 집중할 이 총괄이사를 보좌하는 시스템도 확정했다.

이 총괄이사-김 팀장 체제로 꾸려진 기술본부에는 국가대표 운영팀과 축구 인재육성팀이 직속으로 소속됐다.

‘독립 조직’ 기술본부의 수장이 된 이 총괄이사가 한국 축구 특유의 정체성을 제시한 후 이게 국가대표팀의 경기에도 반영되도록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와 소통에도 앞장설 걸로 보인다.

실제로 이 총괄이사는 한국 축구가 지향할 장기 철학에 대해 연구 중인 걸로 전해진다.

이 총괄이사는 최근 국가대표팀 신임 사령탑을 물색 중인 전력강화위 회의에 참석해 한국 축구가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1년생인 이 총괄이사는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으로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삼성의 사령탑을 맡은 바 있다. K리그뿐 아니라 중국 리그에서 감독 생활을 한 적이 있고, 영어에도 능숙하다.

Exit mobile version